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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Nov 02. 2023

별다방의 커피 한잔도
이젠 사치가 되어 버렸다.

하늘과 맞닿은 곳, 테라스가 있는 작업실을 갖는 꿈을 꾼다

 지니(jinny), 어떤 하루의 일기장을 넘긴다.


혼자 자유와 여유를 갖기 위해 알게 된 새롭게 깨닫고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들에 대해 씁니다. 

이제 인턴사원이란 딱지를 띤 지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도 출근시간 숱한 사람들과 부딪기는 지하철 속에서 한강다리를 건너면서 주변 고층 아파트건물들을 바라본다. 

같은 부서에 입사가 비슷한 또래 D S와 지난 저녁식사와 간단한 맥주자리에서 이야기를 떠 올린다.

그 아이의 고민과 미래, 그리고 생활에 대한 자조적 이야기 속에는 우리들의 고민이 녹아 있다.

하늘과 맞닿은 먼 곳, 한적한 테라스가 있는 작업실을 갖는 꿈을 꾼다.

그곳에서 한 잔의 쓴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이루고 싶은 로망이다.

그런 소박한 미래를 꿈꾸었을 뿐인데 현실과는 너무 다르다.

 

 이제 점심시간에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사치가 되어 버렸다.

D S는 고등학교부터 서울로 올라와, 디자인공부를 하면서 1인 가구 11년 차로 쭉 오피스텔에서 살았다. 

세상 물정 모르고 집을 구하러 다니던 11년 전부터 현관에서 방 끝까지 앞 구르기 

2번이면 끝날 것 같은 오피스텔 전셋값이 2억 원이라는 말에 녹록하지 않은 세상임을 

일찌감치 깨달았다고 한다. 

처음부터 서울 도심에서는 조금 멀지만 혼자 살아도 숨통은 트일 만한 크기의 오피스텔을 구해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서울 중심으로 조금씩 이사를 오는 재미도 있었고, 청소할 공간이 작은 오피스텔은 손 하나 까딱하기 

싫어하는 나의 취향과도 잘 맞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누구보다 담대한 걸 크러쉬()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해 집을 착각한 윗집 남자가 그녀의 집 문을 

열고자 번호키를 눌러 대던 어느 새벽의 경악할 사건 이후 안전은 제1의 고려사항이 되었고, 

그런 면에서 오피스텔은 최적의 주거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 종족이라 하였나! 

이 모든 장점을 사뿐히 넘어버린 단어가 하나 생겼으니, 

그 이름은 바로 '테라스를 가진 집'이다. 

그녀의 꿈은 테라스가 있는 집에서 사는 것이다. 

하늘과 맞닿은 테라스에서 차양막이 펼쳐진 테이블에 앉아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그녀의 꿈이자 로망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고도 높다. 

월급 빼고는 다 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어쩌다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오면, 풍경에 취해 저지른 카드 값에 혼이 나갈 지경이다.

어디 그뿐인가, 여름에 더위를 핑계로 에어컨이라도 킨 달이면 폭탄이 되어 돌아온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는 눈을 비비며 금액을 다시 확인해야 했고, 

먹고 싶은 것을 신중히 골라 담은 장바구니 결제 예정 금액의 앞자리 수가 내 예상과 너무나도 달라 사야 

할 것과 사지 말아야 할 것을 다시금 냉정히 판단해야 했다고 한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그녀는 테라스 있는 집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건 씀씀이를 줄이는 일뿐이고, 

방에 훈풍이 돈다 싶으면 부리나케 달려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보일러 온도를 낮추고 끈다. 

꼬리가 길어서 방에 불을 안 끄고 다닌다는 엄마의 잔소리에도 20년간 고치지 못했던 

나의 습관은 조만간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한 줄 기사에 저절로 고쳐졌다.

간당 간당 한 생명줄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쥐꼬리만 한 용돈도 살려내야 한다. 

사야 할 물건이 생기면 결국 찾아내고 야 만다는 결연한 의지로 인터넷을 돌고 돌아 결국 최저가를 찾아내고, 

 

 '오늘은 뭐 먹을까?' 

고민하던 점심시간에는 '오늘은 뭐 나오나?'를 궁금해하며 굳이 먼 길 돌아서 구내식당으로 발길을 옮긴다.

무엇보다 점심시간의 꽃 같았던 식사 후, 생기를 돌게 하는 ‘라테 커피’ 한 잔이 사치가 되었다. 

거리낌 없이 들락거리던 별다방에 거리낌이 생기기 시작했고, 

조금이라도 싼 커피를 찾아 헤매다 근방에서 가장 저렴하다고 결론 내려진 저가 브랜드 커피를 이용하게 

되었다.

'고작 천오백 원짜리'라고 취급받던 커피가 그래도 '아직 그대로라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커피 향이 취향을 저격한 예쁜 인테리어의 테라스가 있는 곳에서 다시 꿈의 커피를 마신다. 

단 매일은 안 된다. 

커피로 하루의 피곤을 날리고 힘을 수혈받는 절실한 날에만 5천 원짜리 라테가 허용된다. 

끔씩 한 달 고생해서 '몇 천 원짜리 커피도 못 먹어야 돼?!'라며 

급 발진하는 날에는 전처럼 커피를 마셨지만, 확실히 예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고 한다.

 

오늘도 테라스를 가진 작은 집에 대한 그녀의 로망은 살아 숨 쉰다.
 살기 팍팍한 요즘 소박한(?) 미래를 꿈꾸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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