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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Jun 12. 2024

나와 그 시절 ‘유기견,
댕댕이’의 이야기

이모네가 유기견, 반달이를 입양하다

‘나와 댕댕이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의 작은 소망은 댕댕이를 키우는 겁니다.

그것도 가능하면 "버려진 '유기견'을 구하자"라는 겁니다. 

아직은 건축사무소의 신입사원 1년 차라 하루 건너 야근이라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댕댕이와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이제 '여름'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만 빼고 주변 친지의 반려견인 댕댕이만 해도 3마리나 있습니다.

큰 이모네는 13년 차인 푸들을 막내딸로, 삼촌네는 14년 차인 시추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작은 이모네가 유기견을 입양했습니다.

얼마 전 작은 이모네가 작고 귀여운 2개월 조금 넘은 말티푸(몰티즈 +푸들) 유기견을 입양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말에 바로 이모네로 직행했습니다.

의외로 유기견을 입양하는 데도 상당한 돈이 든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대학을 졸업할 즈음이고 이모부도 불편한 퇴직을 한터라,

근교에 위치한 버림(?) 받은 유기견 집합소에서 본 서너 마리의 어린 댕댕이 중에서 유난히 따르고 활동적인 

말티푸를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선택은 힘이 들었다고 하네요. 

‘이 아이가 귀엽고 예쁘네”

“저 아이가 튼튼해 보이네”

“어! 나를 보자마자 거침없이 다가오네” 

이런 조카들의 선택과 이모의 선택 기준이 다르기도 했지만 결과는 하나였습니다.

이모는 과거의 예쁜 것만으로 선택한 애완동물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충분히 경험했기에 

이번에는 모조건 “붙임성 좋고 건강하고 활달한 아이”로 선택한 이유라고 합니다.

그 아이는 짙은 갈색의 털을 가졌지만 가슴에 반달모양의 흰색 무늬가 있어 ‘반달’이라는 이름도 생기고,

이제 3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3회 접종이 끝나지 않아 아직은 바깥나들이는 무리지만 집안에서의 활동성은 어마무시합니다.

이모가 보내온 동영상엔 반달이는 자는 시간, 먹는 시간 이외에는 한시도 쉬지 않고 장난과 애교를 부리고 

사고도 자주 친다고 합니다. 거기에 의외로 영특하기도 하다고 합니다. 

새로 마련된 거처에 오면 낯설어서 당황할 만도 한데, 의외로 배변판을 깔자마자 그곳에 볼일을 바로 보기도 하고, 투정이나 설움도 없이 씩씩하게 마련한 자기 집에서 깊은 잠에 들었다고 합니다. 

 

 느닷없이 ‘나와 댕댕이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여름이기 때문이죠. 

한강 강변 아파트에 살던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여름방학을 얼마 앞둔 시기에 학교 등교시간에 강변 숲 속에 어린 댕댕이를 우연처럼 만났죠.

그 아이는 비쩍 마르고 꼬질 꼬질했지만 날 쳐다보는 눈은 살아 있었지요.

아마 몰티즈로 보였고 깡말라 있는 유기견이었죠. 

학교 가는 인적 드문 숲길에 마주친 그 아이에게 어머니가 챙겨준 우유를 혹시 탈이 날까 봐 조금씩 서너 번 나누어 먹였죠. 

의외로 허겁지검 먹더니, 학교가 가까이 있는 강변 숲 속 길까지 따라왔었지요. 

그리곤 한참을 따라오더니 모퉁이 돌아 언덕길에서 사라져 버렸죠.

아마 그 언덕길은 교차로의 시작이라 사람들 왕래가 잦은 길이라 피해서 숲 속으로 도망치듯 달아나 버렸죠. 

그다음 날 등교에도, 그 이튼 날 등교에도 마주쳤는데, 혹시나 준비한 우유와 간식거리를 주니 계속해서 따라오곤 했죠.

사람을 가까이 다가오는 걸 무서워하지만 누군가 키우다 버린 유기견이 분명해 보였죠.

그 후에도 몇 날을 그 아이와 만나고 먹이로 대화하는 사이가 되었죠. 

그런데 방학 전날즈음에는 볼 수가 없었죠. 

혹 하교 길에도 만날까 해서 주변을 뒤지기 했지만 오후 하굣길에는 볼 수가 없었죠.

여름 방학하자마자, 며칠 동안 아파트 앞 강변 숲 속을 오빠와 함께 주변을 한참이나 찾아다녔으나 어디에도 없었죠. 며칠을 찾아보고서야 혼자서 집에서 "엉 엉"하고 울어버렸죠. 

아마 일주일 정도 먹이를 준 사이지만 괘나 정이 든 사이가 되었던 건가! 

그 아이가 사라진 건, 배는 고팠서 먹이는 받아먹었지만 

혹시 “나의 친절에 다시 버려지는 게 두려웠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여름은 반려견인 댕댕이들은 물론 반려동물들에게는 지옥이 됩니다. 

많은 반려동물이 이 여름기간에 유기동물로 신분이 바뀌는 때라고 합니다. 

유기동물의 대부분은 여름 철에 50% 정도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특히 휴가철인 7월과 8월에는 정점을 찍고 내가 사랑하는 댕댕이들이 70%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하니 

곧 다가오는 ‘휴가철 아닌 유기철’ ‘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어 봅니다.
어떤 댕댕이개들은 유기견이고, 어떤 개들은 유기견의 자손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서 같은 감정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 반려동물, 댕댕이와 사별 후 겪는 ‘펫 로스 증후군’이나 ‘분리불안’은 이 때문입니다.

이제 반려동물들은 우리들의 가족입니다.


 저에게도 다른 아픈 기억이 있지요.  

댕댕이 대신 키우던 거실 한견을 지키던 반려동물인 거북이 ‘개똥이’가 무지개다리 건너서 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인 17년을 함께 한 ‘개똥이’였죠.  

그래서인지 개똥이의 죽음 이후, 우리 가족은 댕댕이는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부정적입니다.

나눈 정의 크기만큼 상실의 아픔이 크기를 새삼 느꼈기에 더 그런 듯합니다. 

개똥이가 무지개 나라로 떠나고 난 후, 우리 가족에겐 '행운의 유니콘'이 찾아왔지요. 

그 아이가 떠나고 보내준 선물이라고 생각하죠.


 어린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인 17년을 함께 한 ‘개똥이’에게 마지막으로 속삭였답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고……

그리곤 그 시절 만난 꼬질꼬질한 댕댕이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같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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