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장마 더위는 일이다
내 여름날의 샤워는 “'솔향 바람과 브런치'가 피서지이다".
매년 여름이 올 때마다 지난여름과 한층 달라진 몸과 마음에 기분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작년까지는 괜찮았는데 올 장마 더위는 왜 이렇게 힘들지?
풍덩 바다에 뛰어들고 싶다.
어디 우거진 숲 속, 솔향기 있는 울창한 소나무그늘에서 바람을 쐬고 싶어 진다.
몸은 방안에 있지만, 잠깐 눈을 돌려보니 창밖 정원의 무성해진 청록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만 보아도 금방 시원해진다.
날은 점점 더 뜨거워진다.
세상의 일도 날씨만큼이나 더 더워지고 있다.
예열도 없이 갑자기 오븐 안으로 들어와 버린 것 같다.
그럼에도 여름을 좋아한다.
다른 계절이 오면 봄 말고는 언제나 여름 오길 기다린다.
겨울에 태어나서인지 추위에는 약하다.
거기에 태생이 바닷가라서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바다만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추운 겨울보다는 그래도 여름이 더 좋다.
여름을 제외한 모든 계절을 여름을 기다리는 데 쓴다.
야호! 드디어 내가 사랑하는 계절이 왔다!
아닌 게 아니라 세상 여기저기에서 기록적인 이상한 고온으로 기온이 바뀌고 하늘이 쓰러지고 있다
그러다 보면 또 여름이 왔네, 이번 여름도 너무 좋네! 바다로 가고 싶다.
무더운 여름일수록 자연을 더 찾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자연 속, 계곡이든 바다 해수욕장에서 수영하는 상상이 바로 든다.
‘여름날의 솔향기 나는 숲 아래의 바람 샤워’가 사뭇 그립다.
기세 좋게 자란 푸른 날카로운 소나무 잎새,
초 여름의 엉클어진 장미 덤불,
이국 열대림에서나 들었던 거친 탁음의 새소리,
마당에 이쪽저쪽의 기둥에 걸린 빨랫줄에 가득한 덜 마른 옷들,
거실바닥에는 삐걱삐걱 거리며 돌아가는 고장 직전인 선풍기,
건너편 식당 유리문에 붙은 ‘콩국수 개시’ 안내문,
그 맞은편 식당엔 가자미 물회를 알리는 엉성한 그림도,
이런 여름 모습들이 주변 온도를 슬며시 낮춘다.
열대야가 오기 전 여름밤,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호수를 돌며 바다 바람을 맞이했던 2인용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다.
그 덕분에 더위로 인한 짜증이 한풀 가신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회한과 슬픔으로 얼룩지게 할 순 없기에 오늘도 나는 늦은 브런치를 차린다.
제철 과일과 채소를 신나게 깍둑썰기하고, 곁들일 '찬 파스타'로 준비한다.
열대야가 심술부리는 여름엔 가족을 위해 차린 브런치에는 언제나 신선함이 있어야 한다.
컴퓨터엔 브런치에 올릴 글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뜨겁지만 의미 있는 여름이 되는 솔향 나는 바닷가가 가까운 시골집이다
아마 내년 여름에는 지금을 그리워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