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그림자에서 애틋한 향기를 맡다
‘나와 끝 여름의 사랑’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는 바다를 쉬이 떠나지 못하지요.
"어느 해, 끝 여름이었을까!
바다 바람이 차게 느껴지는 백사장에 당신의 앞치마를 깔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먼 곳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지.
나란히 무릎이 부딪쳤는데, 당신의 어깨 너머 가슴 언저리가 ‘꾸 꿍꿍”히고 뛰고 있다는 게 느껴졌지.
살갗을 뚫고 당신의 정강이뼈가 두 가닥이 되었다가 세 가닥이 되었다가 하고 있었지.
나는 “당신의 정강이에 뼈가 하나 더 있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지.
혹 당신에겐 그런 뼈가 하나 더 있나 했지.
나는 졸음에도 그날의 쾌락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네.
그 고요와 평화에 기댄 채 한가롭던 내 기분은 낙관적이었고 뇌우가 우는 저녁이 한 줄로 다가오는 날에 우리 사랑은 잡초처럼 우거졌었지.
그걸 느리게 느끼는 사람도 있었까?
"솔 향 나는 숲 속 길을 같이 걷다가 당신은 문득 다른 길로 가더군.
끝이 막힌 오솔길이었고 당신은 자꾸 여기서 먼 곳에서만 걸러가 서 있었지.
그 먼 곳만 보는 당신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바닥에는 솔방울이 놓여 당신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지.
아마도 비 내린 뒤, 굳기 전 당신이 아무것도 모른 채 이 길을 걸어간 모양이네.
얼마를 걸었을까?
이거 봐요, 당신은 소리쳤고 그 발자국을 따라가네.
당신은 길 끝에서 문득 돼돌아보았지.
막다른 길엔 거꾸로 찍힌 당신 발자국이 눈에 보였지.
언젠가 당신이 나를 잊고 걸어가다가 발견한 마지막 발자국처럼 문득 돌아서 나를 생각해 주기를 바라네요. 나는 당신의 거꾸로 찍힌 발자국 하나를 외투 속 주머니에 넣고 돌아왔지.
“아직도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지"
그 이유가 “젊은 시절에는 자기 안의 변화가 너무 변화무쌍해 밖, 당신마저 도 볼 새가 없었지.
“이미 날아간 당신은 이미 다른 자신 안에 있으니까.”
항상 젊은 날엔 가슴보다 몸이 닿기 직전의 사랑이 가장 짜릿하다면 지금은 어긋나 닿을 수 없는 그 시절 사랑이 더 애틋하네.
사랑을 보는 나는 늘 그립고 서운한 마음으로 뒤돌아보는 기억만이 남지.
그곳에는 늘 그림자만 있을 뿐이지.
오늘도 지나쳐 버린 그림자에서 애틋한 향기를 더듬어 보네.
당신에게 전하는 말은, “나이가 들면서 그 변화들이 잦아들고 바깥의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아마도 여유가 준 선물이 아닐까?
이제 쭈글쭈글해진 손으로 잊힌 당신 하나를 몸속에 감추고 입을 맞추네.
항상 지나쳐 버린 그림자에서 애틋한 향기를 더듬고 떠나지 못하고 마음은 텅 비어 있네.
오늘도 당신 그림자에서 애틋한 향기를 맡지
사랑을 느리게 느끼며 다가가는 사람도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