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에 숨어버린 ‘산타’를 기다린다
심술 많은 겨울비가 눈으로 변하더니 종일 내리고 눅눅해진 습기 찬 바람을 불러와 은행나무 잎새를 덮어
하얗게 변한 거리를 뒤덮죠.
짧은 가을의 끝자락이 지나 겨울로 한걸음 멀리 건너가죠.
바다 곁, 호숫가에 안개 자욱한 깊어 가는 저녁노을은 높새바람에 말없이 건너 넘어온 만월은 그렇게 다가오네요.
만월은 호수 물결에 부서져 밀려오고 찬바람에 갈대는 사각사각 소리를 지르며 언덕 기슭 위 정자 빗살 사이로 쪼개져 내리죠.
그리곤 둥그런 너의 가슴을 타 넘어 눈동자에 비치고 내 눈물에도 비치네요.
검푸른 흐름끝가 엔 기러기가 낮게 날고 갈대밭에 스며드는 어둠처럼 만월은 그렇게 가버리고
호수 물결 너머로 천천히 다가오죠.
곧 이 하얀 겨울이 찾아올 즈음엔 마음도 하얗게 물들 거죠.
단풍이 낙엽으로 쌓이고 일 때이면,
어렸을 적 보름이나 되어 시뻘건 달이 앞산 등성이 어디쯤 둥실 떠올라 허공 중천에 걸리면
대청마루 늦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어머니는 “야! 너 동그란 얼굴 똑같구나” 하셨다.
아마 젖살이 빠지지 않아 상당히 얼굴도 몸도 동그랬었기에 그런 놀림을 많이 받았죠.
곁에 있던 이모가 “진짜, 달이 째지게 걸렸구나” 하시는데,
그 말인 즉, 아마 달이 너무 무거워 하늘의 어딘가 찢어질 것 같다는 것인지 아니면 먼저 하늘나라로 간 당신, 이모부 때문에 ‘가슴이 미어서 터지도록 그립다”라는 의미인지를 헤갈렸었죠.
아직도 그 진짜 의미를 알 수는 없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이젠 되었네요.
달은 여전히 만월이지만 그날의 보름달은 분명히 아니네요!
아직도 “저 달을 보니 누군가 그립다” 보다는,
“아! 아름답구나”라는 감탄만 나오는 걸로 봐서 그때는 “달이 째지게 걸렸네”라는 그 마음을 알지 못한 건 분명했죠.
사실 달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달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로 나는 일이죠.
가을밤도 깊어, 창 너머 걸린 달은 아직 그 달이건만 곁에 앉은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네,
아직은 달은 여전히 만월,
그날의 보름달은 분명히 아닌 게 분명하죠!
엇 그제쯤에 아마 초승달인가 그믐달인가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어느새 만월의 보름달이 그 자리를 차지했네요.
아! 그러고 보니 초승달은 처음 시작에, 만월이 지나 마지막 날에 떠오르죠.
초승달은 상대방의 볼에 내 오른손을 가져다 댄 모양이고
그믐달은 상대가 오른손으로 내 볼에 손을 가져다 대는 모양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생각하네요. 만월이 아닌 달은 아직 그 달이네
이제 도톰하고 보드라운 만월의 담요가 세상을 덮으면서 밤이 찾아오지요.
그럼 언제나 곁을 내어줄 당신을 찾지요.
그래서 오늘 하루도 아름다운 만월의 산타(Santa)를 찾고 필요한 이유이죠.
밤은 언제나 잠들지!
달도 언제쯤 잠들지!
달은 아직 그 달인 바로 만월의 보름달이죠.
저 달은 내 마음을 표현하라고 하네요.
"이 환장할 끝 가을날, 만월에 숨어버린 ‘산타’를 찾는다 "라고 전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