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유리창 너머로 손님들이 찾아왔다.
다양한 새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우리 집은 아파트 2층이다.
화단의 나무들이 우리 집만을 위한 정원처럼 사시사철 아름다운 곳이다.
나뭇잎들이 다 지고난 가지 위로 가끔 새들이 찾아와 우리에게 심심치 않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그 대가로 우리 집에 사는 한 착한 남자가 유리창 너머에 먹이통을 설치해 두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먹이통이 그대로 이더니 얼마 전부터는 소문이 났는지 빠르게 비워져 갔다.
그러면 또 먹이통을 채워 놓으니 새들에겐 이보다 더한 맛집이 없을 것이다.
산까치부터 시작하여 산비둘기, 참새... 이름도 모르는 많은 새들(조류에 대해 잘 알지 못하여 유감이다)
어떤 날은 한꺼번에 다섯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덩치가 작은 새는 큰 새들이 먼저 먹고 날아가야 자신의 차례가 되는 걸 아는지 멀찍이 떨어져 차례를 기다리곤 했다.
거실 소파에 앉아 그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 집 강아지조차 새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 먹고살기도 바쁜데 이제는 동네 새들까지 다 먹이네..."
나의 핀잔에도 아랑곳없이 착한 그 남자는 "어? 언제 다 먹었지? "라며
오늘도 빈 먹이통에 다양한 잡곡을 채운다.
"이렇게 쉽게 먹이를 구하면 새들이 독립심이 없어져요... 열심히 땀 흘리며 먹이를 구해야지..."
그 남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지금도 나뭇가지에 부부로 추정되는 이름 모를 새 두 마리가 앉아 있다.
우리 집 거실을 열심히 염탐하며 부지런히 먹이를 쪼아댄다.
한 마리가 먹이 활동을 하는 동안 한 마리는 멀찍이 앉아 경계를 해 준다.
실컥 먹었는지 먹이통을 비켜주자 경계하던 새가 날아와 먹이를 먹는다.
새들의 세계에도 나름대로 질서와 협동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먹이를 쪼아대면서도 거실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살핀다.
우리가 새를 구경하는 게 아니라 새들이 우리를 구경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 소문이 새들의 세계에 마구마구 퍼지면 어떡하지?
벌써 웨이팅이 생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