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의 집사일까요?

강아지가 식구가 되어버렸다. 상상치 못했던 일이다.

by 꿈꾸는 덩나미

우리 집 짱이는 참 똑똑하다.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배변을 하지 않는다.

밖에 나가서만 배변을 하되 꼭 풀 있는데서 배변을 한다.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해 코를 벌름거리는 모습은 어느 족보 있는 집 강아지 마냥 기개가 남다르다. 그래서 나는 짱이에게 <낭만 강아지>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하루 세 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배변 산책을 나가야 한다. 다녀와서는 꼭 간식을 줘야 하니 무슨 놈의 강아지가 상전이 되고 말았다.

강아지 키우는 것을 반대하던 남편도 지금은 강아지의 왕팬이 되었다.

"아저씨 돈 벌어와서 맛난 간식 많이 사줄게." 이것이 그의 출근 인사이다.

출근할 때나 퇴근할 때 보면 무슨 죽고 못 사는 연인처럼 꼴불견이다. 사람이 그랬다면 어디 두고 볼일인가.

머리털을 다 뽑아놓지! 강아지니까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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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침대에서 잔다.

지 집이 있건만 사람옆에 착 붙어 자는 걸 좋아한다.

그것도 우리 부부 가운데 누워서 잔다. 이 세상 누가 우리 부부 사이에 누울 수 있단 말인가?

겨울이면 코로 이불을 걷어 올려 그 속으로 들어와 잔다.

여름에는 에어컨 밑에 제일 시원한 곳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

남편은 내 성을 따서 <김짱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강아지 아빠는 되기 싫다고 자신은 <짱이 아저씨>고 나는 <짱이 엄마>란다.

촌수도 별 희한한 촌수다.

남들이 들으면 우리가 부부가 아니고 불륜커플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강아지를 야단치면 남편은 왜 그러냐고 나무란다.

강아지도 다 알아듣는다면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우리 강아지를 봤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실 일이다.

강아지는 대문간 옆에 마당이나 한 데서 키워야 하거늘 집 안에서 키우는 것도 못마땅한데 침대에 재우다니...


어제 샤워를 하다가 몸에 까만 점이 보여 떼 보았더니 진드기였다.

이 망할 놈의 개새끼!!

급하게 약을 바르고 제 몸에도 뿌릴 스프레이 약을 주문했다.

어디서 진드기를 묻혀와서 감히 나에게 옮기다니...

미용실에 데리고 가 털을 다 밀어 버렸다.

내가 이 나이에 강아지집사도 서럽건만 진드기까지 물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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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이가 우리 집에 온 지 7년째다.

처음에 경기도란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어 아이가 친구하나 없이 외로울까 봐 인형처럼 갖고 놀아라고 사 온 게 짱이였다. 이 강아지는 인형 대신이었다. <생명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모르겠고 우리 아이가 외로우면 안 되니까 너는 우리 아이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 줘>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다였다.

그런 강아지가 우리 집에서 서서히 자신의 위치를 잡아가더니 어느새 가족들의 상전이 되어 있다.

집안의 많은 부분이 강아지를 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휴가도 함께, 명절도 함께, 어머니 돌아가신 날도 함께(거기서는 강아지호텔에 맡겨졌지만)

이렇다 보니 짱이는 강아지지만 식구가 되어버렸다.

우리 집의 기쁨과 희락을 담당하는 아이...


짱이가 없는 우리 집은 상상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이 강아지가 죽고 나면 우리는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든다.

퇴근하는 남편을 누구보다 반기는 아이, 출타한 큰애가 돌아오면 머리를 디밀고 낑낑대며 기쁨을 표현하는 아이. 반려견 인구가 30~40%를 육박했다는데... 이제 강아지는 식구다. 가족이다.


나는 집사라는 말을 참 좋아했다.

교회에서 처음 집사라는 직분을 받았을 때 내 삶은 오로지 하나님에 대한 충성과 헌신을 다해야지라고 결심했다. 그랬던 내가 강아지의 집사가 되어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웃을 일이다.

오늘도 우리 집 김 짱이는 내 행동하나하나를 지켜보며 나를 스토킹 하고 있다.

지 집에 가만히 누워 눈알만 데굴데굴 나를 따라다니며 '저 집사인간이 언제쯤 간식을 주려나?'하고 지켜보는 것 같아 영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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