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숙 Oct 19. 2022

쓰는 기분

마음의 추가 기울다

"무슨 일 있어?"

갑작스러운 카톡에 '아니'라고 답하고 이유를 물었다.

"요즘 브런치에 글이 안 올라와서...."

그녀는 내 찐 구독자다. 부족한 글이지만 늘 성의 있게 읽어주고 혹여 오타라도 보이면 조심스레 알려주곤 한다. 물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을 배려해서, 아니 글쓴이가 확인을 못한 것 같다고 부연설명을 한다. 


요즘 글쓰기가 게을러진 것은 사실이다. 쓰다가 마무리를 못해 서랍에 담아둔 것도 여러 편이다. 게다가 카카오 대란으로 시스템이 원활하지 못했던 며칠도 핑계라면 핑계라고 하겠다. 처음 작가 승인을 받고 하루에 한편을 쓰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달리 지키지 못한 날이 여러 날이다. 7월 말 무렵부터 시작했고 지금은 10월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벌써 3개월을 채우고 있는데 글이 70여 편이니 게으름 피운 날이 대략적으로 헤아려진다.


수필을 가르치는 교수님은 글감이 없다면 이미 그는 죽은 사람이라고 말씀하신다. 모든 순간이 글감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나 또한 그 말에 깊이 공감한다. 문제는 내가 느끼는 것들을 얼마나 글로 잘 풀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적정한 언어와 문장으로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술술 읽어지는 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레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글.


며칠 전부터 이병률 시인의 신작 산문집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를 읽기 시작했다. 제목부터 훅 들어온다. 잔잔하게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마음은 물론 눈과 귀까지 금세 순해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다정해지고 싶어 진다. 이런 주제로 이렇게도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순간들 때문에 자꾸 그의 산문집을 찾아서 읽게 된다. 마음이 따듯한 그녀도 이 글을 함께 읽으면 참 좋아할 텐데라는 생각에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여전히 부자연스럽고 부족한 글을 읽을 때마다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미 시인이라는 작가들의 말로 나를 위로하고 싶은 즈음. 그럼에도 쓰는 일에 자꾸 내 마음의 추가 기울어 있는 것은 아직도 쓰는 기분을 느끼고 싶고 그로 인해 조금은 더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상을 더 따스한 눈으로 깊게 들여다보는 연습을 더 해보고 싶은 가을이다. 

작가의 이전글 운전경력 20년 차의 초보운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