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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Dec 23. 2022

20대로 다시 돌아간다면?

3개월 전 옮긴 부서 같은 팀에는 나를 포함해 20대부터 50대까지 5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 미만 수습직원부터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근무경력 10년 미만이다. 그중 두 명은 다른 계통의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늦은 나이에 입사한 경우다. 이들과 함께 사적인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은 보통 점심시간. 12시경이 되면 구내 또는 사무실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곤 한다.


며칠 전 카페에서 화두는 "20대로 다시 돌아간다면?". 40대 후반인 팀원은 "20대 초반이냐"라고 먼저 묻는다. 그 이유인 즉 20대 초반이라면 군대에 다시 가야 하니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 이내 그때가 아니라고 해도 다시 돌아가는 것은 고민해봐야겠다고 답한다. 30대 중반 팀원도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다. 돌이켜보니 20대에 별로 즐겁지도 재미있지 않았다는 것.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즐겁게 살아보면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다시 돌아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내가 대답할 차례. 나이로 치면 내가 가장 많은 숫자이니 궁금했을 것이다. 물론 내 대답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살면서 내가 나이 들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는 곳 중의 하나는 고등학교 동문회이다. 졸업 연도가 20여 년 넘게 차이나는 후배들 틈새에 있다 보면 저절로 나이를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들은 보기만 해도 싱그럽고 푸릇하다. 진한 화장을 하지 않아도 화려하고 비싼 옷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그 자체에서 빛을 발한다. 나 또한 그랬듯이 아마도 당사자들은 그 시절의 귀함이나 소중함 또한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 것이다. 어쩌면 나처럼 왜 이리 세월이 더딜까 손으로 헤아리며 낯선 환경에서 사람과 일에 적응하느라 치열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지는 대목. 연륜과 경력이 있는 나이 지긋한 선배들이 멋있어 보일 때도 있을까. 아니면 궁상스럽고 안쓰럽게 여겨질까. 


50대에 접어들자 동기들은 말하곤 한다. 예전에는 선배 팀장들이 근무 시간에 졸거나 흐릿해진 눈동자를 보면 왜 저럴까 싶어서 흉을 보곤 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어느 순간 본인이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 예를 들자면 노안이 와서 문서의 작은 글씨들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다초점렌즈가 필요하고 어떤 날은 청력까지 약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저히 떨어지는 체력상태에 절망할 때도 있다는 것.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왔고 여전히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며 채워가고 있는 인생. 그때 좀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좀 더 최선을 다했더라면 가정을 해보며 과거의 나를 떠올려 볼 때가 있다. 상상처럼 더욱더 가열하게 살아낸다면 지금보다 더 큰 무언가를 이루어 만족스러울까. 그리고 후회 없노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때는 그때대로 또 아쉬움이 남고 지금의 나처럼 조금 부족해도 지금의 상황에 만족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현 상태라면 20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돌아간다면 나는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 쓸데없는 상상을 해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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