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숙 Jan 11. 2023

계속 써라!

"굳이 나까지 글을 써야 할까요?"라고 반문하던 것이 엊그제인데 집에 배송된 교보문고에 주문한 책 4권 중 3권이 시집이고 그중에 천양희 시인이 쓴 <첫 물음> 작가수업 책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을 내가 주문했던가 기억이 아슴하지만 이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좋은 시나 글을 읽는 걸로도 충분하지, 세상에 글을 쓰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그 대열에 재능 없는 나까지 포함될 필요가 있을까 말했던 기억이 떠오른 까닭이다. 요즘 과제는 밀렸던 책을 읽는 것. 아침 낭독으로 함께 읽을 책을 비롯해 지인이 먼저 읽으라고 빌려준 단편소설집까지 주말 내내 읽었지만 여전히 홍수 상태이다. 


사무실 책꽂이에도 이미 10여 권의 책이 자리 잡고 있다. 시집과 인문 경제서, 필사책과 필사노트까지. 오늘 아침에도 어제 집에 도착한 책 네 권을 들고 왔으니 더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시집이나 산문집을 읽을수록 쓰고 싶은 욕구가 늘어나지만 창작에 관한 책을 읽을수록 쓰기에 대한 자신감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쓴다는 것은 그것을 산다는 것이다' 또한 시인을 '세계가 묻어버린 그림자를 발굴하는 사람'이라고 천양희 시인은 말한다. 끊임없는 집중력과 상상력 그리고 체험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을 읽을수록 글쓰기를 꿈꾸는 글쓰기 초보의 자아는 더 움츠러든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6개월이 되었고 110 편의 글을 발행했다. 부족하기만 하다고 여긴 글 중에 몇 편의 조회수가 5만 회를 상회하고 브런치 인기글이라고 떴을 때는 자만하기도 했다. 시일이 지나면서 매일 한편씩 쓰겠다는 다짐은 금세 흐지부지 되었고 어떤 날은 의무감에 간신히 쓰기도 한다. 몇 편의 글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늘지 않는 조회수와 구독자수를 보면서 의기소침하기도 한 혼돈의 시간들. 누군가를 의식하지 말고 나 스스로 만족스러우면 그만이지 싶다가도 내가 쓰는 글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초조해지는 불온한 마음. 그 와중에 1명의 구독자가 늘었다는 알림을 받은 순간 그 작가님이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 시소를 타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친구들과 만남을 주제로 썼던 글 한편이 에디터추천글에 떴을 때, 내가 구독하고 있는 작가의 글이 인기 브런치북에 거론될 때. '세상에서 발견되는 놀라움을 전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말, '시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 때도 무엇을 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썼느냐에 달려있다'는 시인의 글을 읽으며 습관처럼 해온 글쓰기를 다시 되짚어 본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고통의 산물이며 시답지 않은 글은 쓰지 말라는 어려운 말들보다 '뭔가 멋진 것을 찾을 때까지 계속 쓰라'는 그녀의 말만 귓가에 웅웅거린다. 큰 병에 걸린것이 분명하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 이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