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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Jan 25. 2023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

해가 바뀐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명절을 지내고 안부를 묻던 친구는 세월이 화살이 아니라 마치 쏜 총탄처럼 빨리 지나간다며 아쉬움을 표현한다. 세월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던데라고 말하며 세월이 그렇게 빠른가 싶어 나 또한 내가 느끼는 세월의 체감도를 가늠해 본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다른 해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매년 통과의례처럼 한 해 동안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적곤 했는데 그마저 생략했다. 그냥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까닭이다. 


최근 보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상사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목소리로 승진발령을 받은 직원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고 요구한다. 물론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결과가 꼭 좋거나 일이 잘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일 불안한 사람은 업무에 대해 잘 모르면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잘 모르면서 일을 추진하니 결론적으로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하려면 열심히 하는 노력이 기본적인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꿈꾸는 것 중의 하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늙어가는 것이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내가 다 잘하는 일들은 아니다. 재능이 없음에도 그냥 하고 싶어서 하고 나면 즐거우니까 하게 되는 글쓰기처럼. 잘하지 못하는 일을 꽉 붙잡고 헤어진 연인에게 구걸하듯 연연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이해불가인 때도 있지만 여전히 그것이 간절하게 하고 싶다면 무리한 욕심은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한동안 추워진 날씨를 핑계로 운동도 게을리하고 글쓰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일들이 거의 개점휴업 상태이다. 하지만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기로 한다. 벌써 하나둘씩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늘려가고 있고 어느새 그 목록을 줄이기 위해 고심할 것임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그동안 해 왔던 일들에 더 집중하고 구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올 한 해는 드라마에서 당찬 그녀의 당부처럼 열심히만 하기보다는 잘하고 싶다. 아주 작은 결실이라도 맺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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