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숙 Feb 28. 2023

말 한마디

아들러식 대화법

사무실 북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 제목은 '아들러식 대화법'. 저자인 도다구미는 모든 인간관계는 '말 한마디'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너무 잘 알고 있는 식상한 말이지만 나도 모르게 책을 집어 들었다. 그는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 좋지 않은 사람의 대화법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상대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대화법을 비롯해 상황에 따라 마음을 전하는 생활 속의 상황에서 바른 대화법을 제시한다. 읽는 내내 평소 내가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믿었던 것들조차 그릇된 언어 습관이 대부분이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거나 부럽다는 말을 자주 한다. 자신에 대한 지적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 주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감사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하지 못한다 등의 글을 읽으며 나를 들여다보았다. 그중에서도 더 솔깃했던 내용은 아들러식 대화법의 핵심중의 하나인 '나'를 주어로 의견을 전달할 것, 부탁과 거절은 단순하게 거절하기, 칭찬을 하기보다 용기를 심어준다 등이다. 문장모음 파일에 정성스레 워드까지 친 후 기분 좋게 책 마지막 장을 덮었고 조금이나마 나에게 흡수되기를 바랐던 것은 과욕이었을까.


그날 밤 10시경, 주방에서 딸이 국그릇 하나를 깬 것이 사단이었다. 빼곡하게 쌓여있던 싱크대 그릇장에서 접시를 꺼내다 주방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깜짝 놀라 '다치지는 않았냐'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살피던 와중에 남편은 딸에게 조심성이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말미에 조용히 있는 나까지 거론하며 충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소파 옆자리에서 족욕을 하며 평온하게 앉아있던 나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내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정확히 따진다면 아예 틀린 말도 아니었지만 가족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말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아니 그의 지적이 '감정을'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여겨졌다. 나를 이해해 주기 바랐던 마음에 건넸던 말들에 대해 조언을 빌린 충고가 불편하게만 여겨졌다. 결국 나는 "앞으로는 절대 얘기 안 할게"로 마무리하며 일방적으로 대화를 마쳤다.


매일 책을 읽으면 뭐 하나. 말 그대로 아무 소용도 없는 도로아미타불인 상황의 재현이었다. 상대방의 말을 공감하고 지적하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겠다 하고 마음먹은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긴 그렇게 사람의 습성이 변한다면 세상에 나쁘고 잘못된 사람은 없겠지.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흥분하며 화를 낼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싶었다. 반면에 개인적인 일들을 그럼 누구한테 말해야 하는 건데라고 반문하기를 여러 번. 오히려 옆에서 조용히 듣다가 "엄마 편을 들어줘야는데 다른 사람 편을 들어주니 그렇잖아"라고 거들어주는 딸이 더 고맙게 여겨질 뿐이었다. 


결론은 도다구미 말처럼 오늘 화근은 '말 한마디'였다. 내가 좀 더 생각하고 말했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책 속에 상황들이 재연되지는 않았을 텐데. 화를 내고 방으로 들어와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열었는데 마침 정약용 선생의 명언이 흘러나온다. 함부로 칭찬하지 마라, 좋은 말도 가려서 하고 충고도 살펴서 하라. 늘 말이 화근이고 입이 싸움의 단초가 된다. 반생을 살아도 사는 일도 말도 참 어렵다.

작가의 이전글 "그녀를 믿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