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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Feb 16. 2023

'간절'과 '절실'

무심코 휴대전화 유튜브 화면을 열고 끌리는 번호를 고른다. 차분하게 마음에 떠오르는 숫자를 고르기도 하고 선택을 돕기 위해 카드 위에 올려진 돌 색깔을 참고하기도 한다. 그리고 살짝 긴장되는 마음으로 공개되는 카드의 그림을 뚫어지게 주시한다. 그 또는 그녀의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어수선해지기도 한다. 풀이가 성에 차지 않으면 이내 다른 타로사이트를 열어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한다. 


사주팔자나 운명을 믿는 편은 아니다. 중대한 결정을 할 때 점을 보거나 타로사주도 참고한 적도 없다.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tv나 언론 지면을 통해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들을 접하곤 한다. 얼핏 보기에도 거의 광신도의 모습이다. 눈빛은 형형한데 어딘가에 매혹되어 사리분별이 어려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가정이나 직장을 버리기도 하고 정상적인 삶 자체가 무너져 내린 사례도 있다. 이성적인 눈으로 바라본다면 절대 있을 수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일들이다. 


그때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으면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황이거나 절박한 처지에 있었을 것이다. 누가 들어도 불합리한 내용들이 오롯이 나를 위한 것으로 깊이 스며드는 순간.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가스라이팅 되듯 그것에 빠져들었고 당연시 여기게 되었을 터이다.


돌이켜보니 타로점 사이트를 열어보기 시작한 것은 내가 원하는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희망하는 일들이 생긴 시점부터였다. 좋은 카드가 나온다고 해서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나거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기대고 싶은 마음. 그의 말대로 되었으면 좋겠다는 가느다란 바람.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들과 흡사하다.


'오늘도 오직 단순하고 절실함으로 살아간다'는 지인의 카톡 댓글에 '오늘은 절실한 날이 아니라 간절한 날이 될 듯합니다'라고 댓글을 올리는 아침. 간절하지 말고 절실하라는 답을 읽으며 '간절'과 '절실'에 대해 생각한다. '간절'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바라는 정도가 매우 절실하다'는 의미이고 '절실'은 '느낌이나 생각이 뼈저리게 강렬한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그는 '절실'을 말하지만 나의 오늘 정확한 상태는 '간절'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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