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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May 02. 2023

내 빛깔이 좋다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읽고 호텔 수영장에서 물살을 가르는 주인공이 멋져서 수영을 배웠다. 한비야의 책을 읽다가 중국에 가고 싶어 져 중국어 학원에 등록했다. 지극히도 몸치인 덕분에 어렵사리 물에 떴지만 간신히 평영까지 배우다 중도하차했다. 중국어를 더 배우고 싶어 교육을 갔고 결국 북경여행도 다녀왔다.

 

단순한 삶을 살고 싶다고 믿는다. 굳이 머리를 쓰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마음이 끌리고 좋으면 먼저 좋다고 말하고 불편한 자리에서 먹는 밥은 선호하지 않는다. 물론 살다 보니 할 수없이 꾸역꾸역 먹을 때도 있다.

  

그는 말했다. "쓰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라고. 그 말을 듣고서야 그래서 자꾸 미련이 남아 돌아서는구나 싶었다. 한동안 글이 써지지 않았다. 어쩌다 짙게 스며드는 줄기들을 쓱쓱 버무리다가도 마무리가 안 돼서 덮던 날이 많았다.


오늘은 모처럼 아침나절 여러 편의 글을 끄적였다. 좀 더 매만지고 정리를 해야 할 지푸라기 같은 끄나풀들이 오래전 헤어졌다 우연히 마주친 벗인 듯 사랑스럽다. 글은 감정의 분출구가 아니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너무 유치하고 천박하다고 여겨도 할 수 없다.

 

수국을 좋아한다. 보랏빛이면 동공이 더 커진다.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은 '그냥'이다.

마음이 끌리는 데는 이유가 없다. 이번 어버이날에도 아이들은 묻지 않고 카네이션대신 수국을 선물해 줄 것이다.

 

가끔 내 빛깔을 의심할 때도 있다. 너 지금 잘 살고 있니? 너 지금 그렇게 살아도 후회 없겠니?라고 물으며 밤잠을 설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빛깔이 맘에 든다. 아니 사랑한다. 책을 좋아한다고 믿지만 알고 보면 모으는데 더 집착하고 주목받는 것이 싫지만 가끔 관종처럼 행동하는 철없는 모습을. 모진 척 센척하면서도 알고 보면 맘 약해서 결국 백기를 들고 마는 여린 마음을. 맘에 안 들고 성에 차지 않아 불끈하다가도 돌아서서 이내 좁쌀 같은 입과 마음을 후회하는 성정을.

 

사철 내내 제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며 잎과 꽃을 피워내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삶을 배운다. 작다고 삐뚤어졌다고 불평하지 않고 견뎌내는 그들에게

경외를 보낸다. 내 빛깔에 그들의 온순함과 인내를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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