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졸음이 가득한데 쉬이 눕지 못한다. 누워도 30분을 간신히 채우고 눈이 떠질 것이다. 세상 불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오래전 인기 있던 드라마를 켜놓고 책을 붙잡고 있다. 인기 아나운서의 공감에 관한 책이다. 그녀의 경험담과 주변 사람들의 관계, 사람에 대한 에피소드를 통해 따듯하고 다정한 조언들을 나눠준다. 때론 읽으며 내 이야기인 듯 고개를 끄덕이고 나를 돌아보기도 한다. 때론 이런 일이나 사람도 있겠구나 하며 공감하기도 한다.
평소에도 후덕한 그녀의 인상처럼 한 문장 한 문장 온기가 스며있다. 사는 일은 다 비슷하구나 싶은 상황들을 통해 슬쩍 위안을 주는 다정한 책이다. 오해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소통의 시작, 아마도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의 공통적인 관심사이자 숙제일 것이다. 쉬워 보이지만 정말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부탁하듯 사정하던 그가 갑자기 돌변했다. 결연한 무언가를 보여주겠다고 결심한 듯 돌연 눈빛이 달라졌다.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나도 모르게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10여분의 소란이 그렇게 종료되었고 여전히 그는 작정한 듯 자신의 결기를 보란 듯이 실천에 옮기는 행동으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내가 과연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최대한 상처 주지 않고 최적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며칠 동안 고심과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그를 그토록 집착하게 만들었을까. 이렇게까지 할 만큼 절박했던 것일까. 이 또한 소통 부족인 걸까. 대충 사태를 수습하고 나보다 상대방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혹시나 아니 만약에라는 단어가 나를 자꾸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 일을 오래 신경 쓸 틈도 없이 또 다른 문제가 바짝 코밑까지 쳐들어온다. 이 또한 내가 아닌 그들이 나에게 슬쩍 던져버린 숙제이다. 당사자들끼리 충분히 소통했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다. 서로의 입장과 욕심이 우선이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나에게 밀어놓고 슬쩍 발을 빼버린 형국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이라는 그들의 갈등은 습관화된 듯 사뭇 익숙해 보인다. 자신들보다 어린 나에게 솔로몬의 지혜보다 더 현명한 해답을 내놓으라는 성화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집에 와서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식탁의자에 앉아 하루 일과를 횡설수설 풀어낸다. 한참 동안 귀 기울이며 내 편을 들어주던 가족들이 긴장이라도 풀어주려는 듯 대화 끝에 농담처럼 한마디 툭 던진다. "올해 닭띠가 삼재인가"라고. 설마...... 그 와중에도 그건 아닐 테지하면서도 그게 왜 궁금해지는 걸까. 새해 첫 출근부터 지독히도 버거웠던 하루를 자꾸 되새김질하는 씁쓸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