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팬클럽에게

by 정은숙

넷플릭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시선이 멎어 며칠 동안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정주행 했다. 벌써 방영된 지 8년 여정도 된 드라마인데 내용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특별히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어서였다. 중간중간 내용이 기억나기도 하고 처음 본 것처럼 낯설기도 하다. 그럼에도 자꾸 이어 보게 되는 중독성이 강한 드라마여서 결국은 최종화까지 다 보고야 말았다. 소파에 앉아 그 드라마를 보는 나를 본 딸이 "엄마, 요즘 위로가 필요한 가봐"라고 말한다. "내가?"라며 반문했지만 한편씩 회차를 거듭할수록 어느새 그 내용에 빠져들었고 공감하고 어느새 위로받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16부작에 걸쳐 방영된 이 드라마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각자 힘겹게 버텨내는 삼 형제는 매일 티격태격하지만 끈끈한 정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 매일 후계조기축구회 회원들과 축구를 하고 또 다른 사랑의 아픔을 겪은 친구 정희네 가게에서 함께 희로애락을 나눈다.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했던 여주인공 또한 어느 순간 괴롭고 힘들기만 했던 그녀만의 삶에서 온기가 있는 그들과 마음을 나누게 된다. 서로를 안쓰럽고 불쌍하게 여기지만 결국은 서로의 행복을 빌고 행복할 것을 결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살면서 가장 힘든 건 사람과의 관계지만 가장 큰 행복과 따스함을 주는 것 또한 사람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 속에서 미워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 사는 것이다. 나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새로운 근무지에서 1년 반 남짓 근무하면서 사람들과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잘 버텨낼 수 있는 힘 또한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지지와 격려 때문이었다. 때론 솔직하게 팬이 되고 싶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하며 그 마음을 표현하는 이들 덕분인 것이다.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행동들을 보고 너무 좋은 사람으로 판단해서 그런 건 아닐까 미안할 때도 있지만 그 또한 그들의 진심이라고 믿고 그런 격려의 힘을 통해 더 잘할 것을 결심하기도 하고 한 발 더 나아갈 힘을 얻었다. 생각해 보면 난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일을 제일 싫어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 사실을 아예 내가 모른다면 몰라도 누군가 나를 비난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어쩔 줄 모르는 것이다. 더구나 나름 최선을 다해 적정하게 처리했다고 여긴 일을 두고 본인 입장만 대변하며 억지를 부리기라도 하면 더욱 그렇다. 무시하라고, 시간 지나면 다 해결된다고 조언해주지만 모른 척하거나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단기 파견직 여직원에게 당연하게 회식에 오라고 말을 건네는 사람, 나의

아저씨처럼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해 주는

나의 팬클럽들에게 오늘은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진다.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

그리고 감사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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