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by 정은숙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힘겨울 때 가장 먼저 알아채고 신호를 보내는 건 언제나 몸이다. 금요일 퇴근할 무렵부터 두통이 시작됐다. 두통약 복용은 주말까지 이어졌지만 증상은 호전될 기미가 없었다. 한술 더 떠 입술은 까칠해지고 입가까지 너덜 해졌다. 아무리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라고 자기 주문을 걸어도 마음까지 닿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인생은 견딤과 고통의 시간이라는 말은 믿지 않는다. 힘겨운 순간보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 설레는 순간이 더 많다고 믿는 탓이다. 그 덕분인지 세상 걱정거리가 없어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왜 그럴까 나조차 궁금하지만 어차피 힘들다고 징징대고 투덜댄다고 해결되는 일이 없고, 웃다 보면 행복한 일이 생긴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소파에 앉아 TV를 틀어놓고 운동을 갈까 망설이는데 1년 6개월을 함께 근무하다 정기 인사로 전보된 직원의 전화가 걸려온다. 며칠 전까지 머리 아픈 일을 공유하 던 터라 염려된다는 안부전화다. 본인도 새로운 업무적응에 어려울 텐데 걱정해 주는 그 마음이 고맙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이제 다 잘될 거라며 서로를 다독이며 통화를 마무리한다.


내가 의도하고 맘먹은 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이 세상이라는 사실을 새삼 배우는 즈음. 늘 최선을 다하지만 때론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감당해야 할 내 몫이리라. 자꾸 작아지고 소심해지는 마음밭을 의식적으로 다독이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되뇌일밖에.

문득 TV 화면을 가득 채우는 광활한 설원을 거침없이 달리는 개썰매의 질주장면에 시선이 멎는다, 북극으로 가는 문 겨울왕국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하얀 세상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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