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숙 Aug 15. 2022

쓰는 기분

글쓰기에 대한 단상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 할까"


어떤 시인은 청년기 실연의 경험이 없었다면 시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애틋한 마음들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썼고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애달파하던 그 마음들이 시가 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아픔을 준 그녀들이 없었다면 그 시인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문정희 시인은 시 <러브호텔>에서  최근 이 나라에 가장 많은 것은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나를 포함해 글을 쓰는 이들, 그리고 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매년 낮아지는 성인 독서율을 생각한다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동네에 있는 문화원이나 평생교육원 시창작반에 가면 깜짝 놀라곤 한다. 연세가 지긋하신 어른들이 과반수 이상인데 글을 쓰는 이유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청소년 시절 문학도였고 이제나마 그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꾸준함과 열정이 있는 분의 경우 등단하거나 시집까지 출간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재능을 탓하며 게으름 피우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아니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차곡차곡 나만의 서랍에 쌓여있던 글들이 한 줄기 햇살을 만나고 있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누군가에게 내밀기도 민망해 감추고 있던 삶의 조각과 단상들이 노출되면서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글을 읽고 공감한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나 또한 실시간으로 뜨는 작가들의 글을 구독하면서 내가 모르는 세상은 여전히 넓고 깊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누군가는 사물을 들여다볼 때 이런 느낌으로 바라보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런 부분들을 힘들어하고 또 기쁨으로 느끼며 살고 있음도 배우는 시간들이다.


요즘 만난 책 중의 하나는 줄리아 캐머런의 <아티스트 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다. 그녀는 소설가이자 시인, 영화감독, 작곡가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다. 작가 소개에 '사람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아티스트'라는 확고한 신념 아래 예술가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내면의 창조성을 발휘하여 삶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왔다는 글귀에 눈과 마음이 솔깃해진다. 그녀가 <모닝 페이지> <아티스트 데이트><걷기>를 통해 공통적으로 꼭 실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은 바로 '내 안의 소리와 밖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듣는 일이다'. 


누군가의 말을 받아쓰다 보면 시 한 편이 완성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차분하게 그 또는 그녀의 말을 잘 들어주는 일, 나와 주변의 소리를 잘 듣는 일 자체만으로도 글쓰기가 될 수도 있음을 배우는 즈음이다. 오늘부터 새로운 미션은 <모닝 페이지>. 일어나자마자 나의 마음과 정신을 일깨우고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 하얀 종이를 펼치면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들 것 같기도 하지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구름'들을 써보는 연습이다.







작가의 이전글 카페를 선택하는 기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