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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Aug 26. 2022

창틀을 닦다

마음을 닦는 일

먼지를 닦아낸다. 책상 위부터 시작해 창틀, 컴퓨터 모니터 뒷면, 복사기와 프린터 전면까지. 평소 고요했던 공간들에 내 손길이 닿으면 말끔해진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무엇인가를 닦아내는 일이 새삼 경외롭다. 


물건이나 장소가 아닌 내 마음을 닦아본 때가 언제일까.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거울을 들여다본다. 사무실에서도 전신 거울 앞을 지나면 나도 모르게 시선이 머물곤 한다. 환한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는 일은 여전히 어색하고 낯설다. 하루하루 주름살이 늘어나고 꾸부정하게 변해가는 중년의 여인네를 마주하면 때론 깜짝 놀라기도 한다. 


매주 금요일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사무실 청소를 한다. 20여 명의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하고 화분에 물을 주기도 하고 누군가는 구석진 창틀 곳곳을 찾아내 먼지를 닦는다. 사람 사는 곳에 먼지가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일주일만 건너뛰어도 눈에 잘 보이지도 않던 미세한 먼지들이 어느새 실타래처럼 뭉쳐 굴러다니고 바닥은 새까맣게 변한다. 평소에 무심코 생활했던 공간에 그렇게 많은 먼지가 있다는 사실이, 그들의 존재를 잊고 사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마음 또한 이와 같아서 매일매일 닦아내지 않으면 금세 먼지가 소복해진다. 삶을 힘들고 괴롭게 하는 근심과 걱정들, 누군가를 미워하고 비교하는 마음 조각들.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염려하고 지나간 일들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 마음을 늘 들여다보고 먼지를 꼼꼼히 닦아내야 한다. 일주일 동안 소리 없이 쌓였던 먼지들을 닦아낸 말끔한 공간에서 새로운 하루를 맞는다. 처서를 지난 바람결이 참 가볍고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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