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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Aug 29. 2022

안간힘과 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삶의 균형

지인이 '안간힘'을 쓰는 청개구리가 안쓰러워 찍었다는 설명과 함께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 한 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가 도로변 새시 난간에 사력을 다해 버티는 듯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도심에서 청개구리를 자주 보기도 어렵지만 떨어질까 힘을 주고 있는 발가락에 마음이 짠해진다.


며칠 후 사진을 보냈던 지인은 다시 보니 그 개구리는 '안간힘'을 쓰고 있던 게 아니었고 쉬는 중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 당시 자신의 마음대로 개구리의 상황을 판단한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모든 판단은 그 상황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이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길을 지나다 본 청개구리 모습은 처량하고 힘겨운 모습일 확률이 높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산책 중이었다면 그의 모습 또한 한가로워 보였을 것이다. 어쩌면 어딘가에 매달려 있는 행위 자체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여기는 고정관념에 의한 판단일 수도 있다. 


우리 삶은 '안간힘'과 '쉼'의 연속이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쏟아붓고  좌절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또 앞으로 나아간다. 때론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일보 전진을 위한 쉼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늘 잘 쉬기 위해 일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일하기 위해 쉬거나 지치고 피곤하기 전에는 잘 쉬지 못한다. 아니 쉬는 일 자체에 익숙하지 않다. 감기 기운이 오거나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후에야 간신히 지치고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안간힘'과 '쉼'이 적당히 균형을 이룰 때 지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 남보다 늦다고 조급해할 것도 없고 지금 이뤄낸 성공이 미약하고 작다고 실망하거나 지레 포기할 필요도 없다. 타인의 시선에 연연할 이유도 없다. 인생은 속도보다는 방향성이 더 중요한 탓이다. 그 청개구리가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는지, 떨어지지 않거나 또는 도로 위로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었는지 궁금해져 휴대전화 갤러리를 다시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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