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숙 Oct 06. 2022

강여사의 선택

연극 '강여사의 선택 2022' 단상

남편은 평소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한다며 자주 지청구를 하곤 한다. 나이 들어 치매가 걸릴 확률이 높다며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심히 염려스러워하는 말이겠지만 누구나 그렇듯 상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일임에 분명하다. 


지인이 연극배우로 출연한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이뤄진 대학로 연극 관람. '강여사의 선택 2022'. 유치원 교사였던 강여사의 나이는 77세. 평소 밝고 유쾌한 그녀는 나날이 늘어가는 검버섯과 나이 듦에 진저리를 친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엄마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딸 지수. 여느 모녀처럼 평범하던 일상은 강여사가 교통사고를 당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다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강여사의 자녀인 지수와 지우는 성심껏 그녀를 돌보고 간호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삶에 절망을 느껴 '존엄사'를 고민하게 되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결국 강여사는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하게 되고 자녀들 또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예로부터 '긴 병에 효자 없다"라고 한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족 중의 일원이 아프거나 돌봄이 필요한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환자는 물론 돌보는 가족들 또한 힘들어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를 원망하기도 하고 때론 마음과는 달리 상처를 주게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같은 상황이라면 무엇이 정답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옳다고 단정 짓기 또한 어려운 일이다. 늘어나는 검버섯이 싫어서 자꾸 화장을 덧바르는 엄마,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주간보호센터의 어르신들, 예기치 못한 사고로 힘든 병고의 시간을 보내는 강여사. 엄마를 돌보면서 갈등을 겪는 남매의 모습이 낯설지 않고 나의 일인 듯 익숙해 감정이입이 되는 상황들이었다.


강여사가 원했던 대로 수목장을 하고 환한 웃음 짓는 그녀의 영정을 보며 명복을 빌어주는 가족과 지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어느 개인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맞게 될 또는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내가 만약 강여사였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작가의 이전글 정체모를 꽃바구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