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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Oct 07. 2022

백지 한 장 차이

삶과 죽음에 대하여

여느 날과 다름없이 카톡에 올라온 온라인 부고장. 응당 친구 부모님 중의 한분이 또 돌아가셨나 하고 무심코 톡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친구 며느리의 변고.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 그리고 33세라는 나이에 할 말을 잃게 된다. 갑자기 심박수가 빨라진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 며칠 뒤 동창모임에서 만나자던 친구의 황망함이 떠올라 가슴이 저릿해진다.


삶과 죽음은 한 맥락이다.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고 했던가. 만날 때 이별을 기약하듯이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죽음을 함께 기약한다. 원하는 순간 오고 내가 바라는 때 떠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선택의 권한이 없을뿐더러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생과 사의 문제이다.


웰빙에 이어 웰다잉이 많은 이들의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 '웰 다잉'이란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행위를 말한다. 무의미한 연장 치료를 거부하는 존엄사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또한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나 상황이 없다고 가정할 때 고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코마 상태로 8개월여를 보냈던 지인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암담하고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아련함. 코로나19로 인해 면회조차 되지 않는 병실에서 고되게 삶의 끈을 붙잡고 있던 그의 막연함을 보면서 '삶과 죽음'이 백지 한 장 차이임을 새삼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담보할 수 없는 미래를 기약하고 운운하며 현재를 낭비하거나 대충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는 날이다. 박범신 작가 소설 <유리>에 나오는 주인공 유리처럼 내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마지막 순간을 미리 알고 살아간다면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겠지만 그것 또한 많은 부작용을 수반할 듯하다. 오롯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오늘은 중요한 수업이 있지만 미루고 친구네 상가에 조문을 다녀올 예정이다. 많이 힘들어할 그녀의 눈빛을 담담하게 바라 볼 자신은 없지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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