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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Aug 01. 2021

어느 일요일

비 내리는 어느 저녁 © 윤기환, 2021


  나는 주말에도 일찍 일어난다. 7시 ~ 7시 반 사이에 기상하는데, 일찍 일어난만큼 딱히 뭐 하는 것도 없어서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시간에 대한 소중함은 간절히 느껴지다 보니 이런 습관이 생긴 거 같은데 그다지 의미 없는 짓이란 걸 깨닫는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책을 읽어보려 해도, 영화를 즐기려 해도 예전만큼 5분 이상 가만히 앉아서 집중을 못하고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그냥 의미 없이 폰만 만지고 있더라. 그래도 일요일은 해가 떠 있는 시간만큼은 우울하지는 않다. 다만 좀... 뭐랄까... 감정이 비워져 있는 기분이다.


  나는 크리스천이라 매주 일요일이면 교회를 가곤 했지만, 코로나19가 터진 이후로는 거의 온라인으로만 예배를 드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실시간 예배 영상 화면 앞에 앉았지만 집중이 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얼마 전부터 개신교도로서 큰 회의감에 젖은 채로 살아왔는데, 전날 토요일, 온라인 수련회에서 외부 초청 목사의 설교를 듣고 나서 회의감으론 모자라 분노감에 휩싸이고야 말았다. 그 목사 양반 왈, "동성애는 죄악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합니다"라는 앞 뒤 논리 안 맞는 헛소리를 하며 거룩한 척하는 가식적인 꼬락서니에 실소가 터졌다. 지금 주일 예배 순간에도, 모니터 속 목사님이 어떤 말씀을 전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요일 저녁, 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간대다. 공허함과 우울감이 동시에 최고조에 달한다. 마침 오늘 8월 1일이다. 지난 7월을 돌이켜본다. 분명 이것저것 열심히 살았는데,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허무함은 정점 그 이상을 찍는다. 심지어 태양도 비교적 빨리 저물기 시작한다. 앞으로 겨울이 오고 있음을 홀로 느끼며 두려움이 엄습한다. '우울하다' 말고는 표현할 단어가 없다.


  비가 내린다. 공기가 탁해지고 습해지며 불쾌감은 올라간다. 그렇게 밤은 야속하게 깊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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