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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Dec 04. 2021

혼동, 1부

  본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있잖아... 요즘 야밤에 이상한 외국인 마약범들이 3 ~ 4명 몰려 다니며 남의 목에 몰래 주사를 팍 꽂아 약물을 투여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 약을 맞은 사람은 한 1주일 정도 온갖 환각, 환청에 시달리다 죽는다는 소문이 있어......"


  .

  .

  .


  어느 깊은 밤, 예상치 못 한 타이밍에 날 포함한 가족, 친척, 친구들은 정부군으로부터 습격을 받아 삼삼오오 흩어져 도망치게 되었다. 나와 함께 했던 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우정을 나누어 왔던 죽마고우 2명과 이웃집 영감님, 이렇게 총 4명이었다. 정부군을 간신히 따돌리고 친구들과 영감님은 개천 물가에서 연거푸 세수를 하며 한 숨 돌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로부터 약 5미터 떨어진 곳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칼로 살을 뚫는 듯 한 소리가 급히 울려 퍼졌다. 놀란 마음에 뒤를 돌아보았는데, 한 친구는 이미 목이 그어진 상태로 패대기처져 있었고, 한 친구는 허리가 뒤로 반쯤 꺾인 채 나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며 쳐다보고 있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쩔 줄을 몰라 그저 멍하니 서 있었을 뿐이었다. 친구는 앞으로 고꾸라지고 뒤에 범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 영감님이다.


  "영감님... 갑자기 왜 이러세요? 네?!"


  영감은 아무런 말도 없이 악마에 빙의된 듯한 서늘한 눈빛과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식칼을 들고......


  일단 영문이고 뭐고 살고 봐야했다. 그토록 나를 친손자처럼 여겼던 영감님이 왜 이렇게 됐는지는 이 순간만큼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말이 통할 것 같은 사람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앞만 보고 미친듯이 달렸다. 달빛조차 느껴지지 않는 어두캄캄한 어둠가운데에서.


  한참 뛰다 뒤돌아 보았을 때에는 다행히도 영감의 모습은 상당히 멀어져 있었다. 영감의 체력까지는 악마에 빙의되지 않았나보군......


  한 숨 돌리다 정신을 차렸는데, 나는 내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꿈이었다. 하지만 지독하게도 생생한 악몽이었다. 그래도 현실이 아닌 단지 꿈이었기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비록 그래도 찝찝하긴 했지만......


  하지만 그 때까지만해도 몰랐다.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하는 현실이 곧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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