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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Dec 06. 2021

혼동, 3부 (마지막)

1. 본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2. 해당 글은 결말 및 해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면 1부부터 차례대로 읽으시길 권장드립니다.


  친구는 앞으로 고꾸라지고 뒤에 범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웃집 영감님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정부군이 우리 위치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도망쳐 온 허름한 집까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냈고, 심지어 우린 모두 국가반역죄인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정부의 독단적인 행동과 판단이라 보기 힘들었다. 분명 누군가가 우릴 밀고한 것이다. 설마... 저 영감이 배신했나...... 도대체 왜? 그렇게 세상 친절하던 사람이 무슨 원한으로? 정부 측 감시요원 뭐 그런 건가?


    "영감님... 갑자기 왜 이러세요? 네?!"


  영감은 아무런 말도 없이 악마에 빙의된 듯한 서늘한 눈빛과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식칼을 들고......


  하지만 더욱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겪고 있는 이 모든 상황... 낯설지가 않다. 오히려 뭔가 익숙하다. 그 꿈! 아까 아침에 그 악몽이 생각났다. 예지몽이었던 것일까? 


  어찌 되었든 일단은 살고 봐야 했다. 그토록 나를 친손자처럼 여겼던 영감님이 왜 이렇게 됐는지는 이 순간만큼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말이 통할 것 같은 사람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도 아까 꾸었던 꿈을 떠올려보자면,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려서 살 수 있었다. '그때도 저 영감이 날 쫓아올 수준의 체력은 아니었으니까, 이번에도 똑같이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꿈속처럼 앞만 보고 미친 듯이 달렸다. 달빛조차 느껴지지 않는 어두컴컴한 어둠 가운데에서.


  그렇게 한참 뛰면서,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는 생각에 슬며시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바짝 붙어 쫓아오고 있었다! 그 영감이 식칼 든 손을 앞으로 쭈욱 뻗기만 해도 바로 찔릴 정도의 거리까지 쫓아왔다.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어떻게 저 몸으로 지치지도 않고 이렇게까지 뛰어올 수가 있지?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저 뛰기만 해서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떨어트리기 위해 빈틈을 노려 다리를 뒤로 뻗어 넘어트려보려 했으나 별 효과는 없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하는 찰나에 뇌리에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외국인 마약범 소문에 대한 기억. 늦은 밤 귀가하던 길에 웬 외국인 3명한테 둘러싸이더니 갑자기 뒤에 있던 놈이 내 목에 주사를 꽂아 알 수 없는 약을 투여했던 기억. 그 약을 맞으면 1주일 동안 온갖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다 죽는다고 했는데... 아! 지금 내전이니 뭐니, 식구, 친구들, 그리고 지금 쫓아오는 영감까지 이 모든 게 내 망상이구나... 영감이 날 죽이러 쫓아오는 이 환상은 그럼, 내가 약으로 인해 죽을 때가 된 것인가?


  자포자기하며 죽음을 받아들이겠다고 마음먹으며 눈을 감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눈을 떠보았다. 익숙한 풍경이었다. 내 방이다. 진짜 내 방. 침대 옆에 책상이 있다. 책상 위에 내 스마트폰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을 확인했다. 2021년 12월 4일 토요일 08시 13분. 안도감이 몰려왔다. 잠시나마 창문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따스한 아침 햇살을 맞으며 그저 멍하니 누워있었다. 잠시 후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책상 앞에서 꿈을 곱씹어보았다.


  꿈속 배경은 어느 시대였을까? 가까운 미래? 혹은 과거? 뭔가 '제주 4·3 사건'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그리고 그 외국인 마약범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냥 동네 양아치? 아님 정부나 어느 특정 기관 측에서 약물 실험을 위해 고용한 자들이었을까? 그리고 그런 약물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안녕하세요, 윤기환입니다. 우선 제 글의 결말이 다소 허망할 수 있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제가 하룻밤 사이에 '직접 꾼 꿈을 바탕으로 집필한 글'이기 때문에 '실화 바탕 이야기'라고 표기했습니다. 아마 이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열 받지' 않을까 싶은데ㅋㅋㅋ 일단 뭐 약간의 억지는 있긴 합니다만, 거짓말은 아니니까요ㅋㅋ 따지고 보면 제가 꿈으로 겪은 것이지, 아예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은 아니니까요ㅎ 어쨌든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마지막 결말이 당황스러워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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