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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Dec 23. 2021

억지로 기쁜 척하지 않을 권리

홀로 크리스마스


홀로 크리스마스 © 윤기환, 2021





  가끔은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 기본 감정 베이스인 우울감에 충실하면서. 크리스마스에는 모두가 행복해도 모자랄 판인데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홀로 보내 보고 싶다. 돌이켜보면 크리스마스에 전심으로 우러나서 느껴본 행복감은 중학생 시절 이후로 없는 것 같다. 그때 이후로 매년 12월 25일마다 가족 식구들, 혹은 (전) 연인 앞에서 억지로 행복한 척, 기쁜 척을 하면서 감정 노동을 해왔다. 그렇다,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마치 또 하나의 지긋지긋한 의무적 명절일 뿐이다. 예수님께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난 크리스마스가 정말 싫다.


  “주님, 크리스마스가 당신이 구세주로서 이 세상에 내려오심을 기념, 기억하기 위한 소중하고 기쁜 날인 것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제게도 억지로 행복한 척하지 않을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 아니, 주님께서도 오히려 외식하는 거 싫어하시잖아요. 내가 무슨 씨발 바리새인 새끼도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 보내든, 홀로 보내든 거기서 거기라면, 차라리 저 홀로 방에 틀어박혀서 당신을 향해 기도하며 지난 세월 미처 토해내지 못 한 울분들을 맘껏 토해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럴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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