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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리 Oct 12. 2022

점점 귀여워지는 남편


연애할 땐 남편이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은 했어도 귀엽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 했는데 결혼하고 시간이 좀 지나니 남편이 귀여워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남편이 귀여워졌다.


할아버지가 쉿~ 하는거야

어느때와 같이 우린 장을 보고 있었다. 새해가 다가오는 12월이 되자 마트에는 산타할아버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러시아 산타할아버지는 1월 1일 새벽에 오신다) 나는 어떤 토마토소스를 사야할까 소스 코너에 쭈그리고 앉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옆에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이거봐, 할아버지가 여기 몰래 온거 들키면 안되니까 쉿~ 하고 있어" 그 말을 듣고 위를 올려다 보니 소스병들 사이에 혼자 산타할아버지 모양 초콜렛이 정말 쉿~ 하고 있었다. 누가 초콜렛을 집었다가 다시 초콜렛 코너에 갖다두기 귀찮아서 소스들 사이에 몰래 버려두고 갔나보다. 그런 상상을 하다니, 내 남편이지만 너무 귀여운걸?


내가 먹을 거 구해왔어!

남편은 밖에서 먹을 게 생기면 항상 그 상태 그대로 집에 들고왔다. 반대로 나는 내 손에 있는 먹을 걸 참지 못해 그 자리에서 먹어버렸는데.. 어느 날부터 해맑게 웃으며 밖에서 들고 온 간식들을 가방에서 꺼내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 예뻐보였다. 먹을 거 자체가 반가운 것도 플러스.


백설공주가 드디어 사과를 먹었다!

나는 공연 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모스크바의 겨울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데, 겨울이 되면 가장 보고 싶었던 건 아이스스케이트 쇼! 마침 1월에 야외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을 끌고 부랴부랴 보러 갔다. 입장료는 단 돈 1800원.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라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가 많았다.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그 백설공주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스케이트와 공연이 합쳐진 야외 무대라니! 나는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너무 신나게 공연을 보고 있었다. 근데 처음엔 일곱난쟁이들이 춤을 추고 너무 귀여웠는데 점점 이야기를 질질 끌며 느리게 전개되었다. 진행은 총 80분 정도 했는데 문제는 좌석에 앉아서 보는 게 아니라 서서 봐야 했기 때문에 슬슬 다리도 아프기 시작했다. 그 날 우리는 하루종일 걸어서 이미 다리가 만신창이였다. 남편이 힘들어서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부터 나는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빨리 백설공주가 사과를 먹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다 드디어 사과가 등장했다. 남편은 "이제서 사과가 나타난거야?!" 했고 다행히도 백설공주가 사과를 먹고 쓰러지자마자 왕자가 바로 깨워줘서 이야기는 급 마무리 되었다. 사과를 먹고 쓰러진 백설공주를 보며 나도 안도의 숨을 쉬고 남편도 "드디어 먹었다!" 며 좋아했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그 시간을 참아줘서 고마웠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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