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by 유창엽

[2023년 9월 15일(금)]

인도 외무부가 이번 주말까지 주겠다는 비자연장 레터가 마침내 왔다. 정확히는 외무부가 FRRO(내무부 외국인등록소)에 비자를 연장해주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레터다. 외무부가 신원을 보장하니 FRRO는 그냥 해당인에게 비자를 연장해주라는 것이다.

오후 6시 40분쯤 그때까지도 외무부 레터가 오지 않아 포기하는 심정으로 DLF몰 노이다에 갔다. 컴퓨터 모니터 받침대 구입 등을 위해 몰로 가 저녁식사도 할 심산이었다. 쇼핑 도중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휴대전화 이메일을 확인해봤더니 외무부 메일이 와 있었다. 다행이었다.

일식을 비롯한 중식, 한식, 인도네시아식, 태국식을 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뒤 거래은행 직불카드로 결제를 시도했다.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은행 측 기술적 에러' 때문에 결제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카드 리더에 떴다.

나중에 온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비자 만료일(20일)이 다가왔기 때문에 결제를 할 수 없다는 식의 해명이 있었다. 은행에서는 벌써 비자 만료를 대비한 조치를 한 것이다.

휴대전화 가입 통신사인 에어텔 측은 휴대전화 사용가능일이 5일 남았다는 메시지를 오늘 보내왔다. 은행보다는 그나마 후한 편이다.

암튼 귀가하는 대로 FRRO 온라인 신청을 시도했다. 30∼40분 시도했으나 무슨 문제가 있다는 팝업이 떴다. 등록과 비자신청을 동시에 하도록 찍고 로그인을 하려는 데, 비밀번호를 몰라 비밀번호 찾기를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10번가량 id로 이메일과 식별문자를 입력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욕지거리가 튀어 나왔다. 이렇게 불편하게 해놓고 디지털 인프라를 잘 구축해놓았다는 인도 정부에 대한 욕지거리였다. 나만 이러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느끼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몰에서 구입해온 배추를 절였다. 서울에서 공수해온 천일염을 배추 잎 사이에 알맞게 척척 뿌렸다. 그걸로 오늘 일은 끝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디게 적응하는 자'의 한탄이다.

간디박물관 입구.jpg 간디 박물관 입구

[2023년 9월 16일(토)]

비자연장을 위한 FRRO 사이트 입력 문제를 놓고 힘써봤으나 또 무위로 돌아갔다. 토요일이지만 근무일이어서 오전에 기사를 한 건 쓰고 집을 나섰다. 300달러 환전을 위해 우선 집 부근 스타시티몰에 갔다.

환전 업체인 '무투트' 가게에 갔더니 오전 11시30분에 문을 연다는 안내문이 문에 붙어 있었다. 시간을 보니 11시 35분이 넘어선 상태였다. 30대로 보이는 인도인 남자가 오더니 열쇠로 가게 문을 열었다.

밖에 조금 있다가 가게에 들어갔다. 그는 일한 지 이틀 밖에 안된다면서 일이 미숙해 2km 떨어진 다른 지점으로 가달라고 내게 말했다. 100달러짜리 세 장의 앞면과 뒷면 사진을 찍는 등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도 없는 일을 실컷 하고 나서 하는 말이었다.

절반은 영어, 절반은 힌디어를 썼다. 무슨 악의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30분가량 허비하고 가게를 나섰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FRRO 입력 시간이 그 만큼 늦어지는 것이어서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이윽고 스타시티몰에서 1km 남짓 떨어진 굽타아케이드 콤플렉스(상가)로 갔다. 2층에 있는 온라인 대서방 격인 곳에 가서 직원에게 인도 외무부가 FRRO에 비자연장을 해주라고 써준 레터를 보여주고 저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7월 21일 뉴델리에 도착해 외무부에 연락해 비자연장 절차를 시작했다가 어느 단계에서 막혀 외무부 직원에게 필요한 파일을 이메일로 줬고 그 직원이 나 대신 입력했다고 이야기해줬다

이어 뒤늦게 어제 레터를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요지는 FRRO 로그인이 안된다는 것이다. 로그인 화면에 넣을 아이디를 몰랐다.

내가 분명 이메일을 아이디로 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내가 쓰는 이메일 아이디 2개를 넣어 보기도 하고, 아이디로 썼을 법한 다른 것을 입력해 봤지만 모두 거부됐다.

그러면 외무부 직원이 다른 아이디를 만들어 사용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 그 직원 사무실로 전화했더니 휴대전화로 연결됐다. 신호는 갔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서방의 그 직원은 FRRO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당초 FRRO에 가려 했지만 토·일요일은 휴무여서 대서방에 온 것이었다.

암튼 내 사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고민을 상담한 셈이다. 그 직원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도 않고 그냥 사무소를 나섰다. 후회스러웠다. 고마운 친구에게 다음 번에는 꼭 작게나마 성의를 표하겠다고 다짐했다. 인도가 이렇듯 고마운 사람도 있다.

오늘 새벽에는 사실 FRRO 헬프 이메일을 보내 사정 설명을 하고 e비자를 달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요구했다. 그러고서 오전에 거래은행 힌국인 직원에게도 외무부 레터를 공유하면서 전날 저녁부터 사용 제한된 직불카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해서 수락 받았다.

에어텔 직원 와츠앱에도 외무부 레터 보내고 휴대전화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나와 아내 여권사본도 보내달라고 해서 와츠앱을 통해 보내줬다. 가타부타 말이 없지만 내 요청을 들어준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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