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부풀리는 인도인

by 유창엽

[2023년 12월 19일(화)]

점심은 호텔 옆 건물 '단골' 인도식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혼밥도 자주 하니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됐다. 인간은 끊임없이 현실에 적응하는 존재인 것 같다. 식사 후 늘 돌던 공원 외에 다른 코스로 산책을 했다. 호텔 정문을 끼고 우회전해 인도(人道)로 걸었다. 바닥에 눌러붙은 소똥이 곳곳에 있었다.

호텔로 돌아오니 인도 국영은행 SBI에서 '빠른 우편'으로 보냈다는 직불카드가 왔다고 프런트 직원이 전해줬다. 즉석에서 봉투를 뜯어 직불카드 활성화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인근 아쇼크 나가르 SBI 지점으로 가서 활성화했다. 지난 번 계좌개설 업무를 맡았던 여직원이 금방 활성화하고 '패스 북'(Pass Book)이란 것을 내게 건넸다.

패스 북은 거래내역을 입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SBI 은행의 어느 지점이든 들러 제출하면 입력해준다고 했다. ATM에서 이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패스 북 앞 장에 계좌번호 등 필요한 정보가 다 적혀 있었다. 우리로 치면 종이 통장이었다.

인도 아파트 20250807_145933046.png 인도 아파트

지점 안에서 나의 기존 거래은행 뉴델리 지점 앱에 들어가 SBI 지점 정식 명칭의 코드를 입력해 내 SBI 계좌로 2만루피를 시험적으로 이체했다. 대금 결제용 이체와 같은 형식이다.

SBI 직불카드는 당초 지난 12월 2일쯤 내게 도착할 것이라고 SBI 직원이 알려줬는데, 17일 만에 도착한 셈이다. 이렇게 늦어질 것이라면 당초에 그 직원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며 여러 번 짜증도 내기도 했다.

아무튼 늦지만 반드시 일은 이뤄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도에서 이런 류의 일을 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다.

다만 외신 기자증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인도 외무부 직원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이제는 (외신 기자증 발급이) 언론정보국(PIB)에 달려있다"고 한 말이 아직 기억난다. 기자증 신청은 지난 8월에 했다. 기다리기가 지겹고도 지겹다.

[2023년 12월 20일(수)]

아침 공기가 괜찮아 밖에서 조깅했다. 공기질지수(AQI)가 90인 것은 겨울 들어 이례적이다. 겨울에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공기가 좋아진다.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뛰는데, 어느 도로변에서 빗자루로 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입을 스카프로 두른 채 먼지를 펄펄 날리고 있었다. 자신의 일을 하느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 먼지가 주변의 모두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제로'인 것이다.

오전에 기사 2건을 송고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날 통화했다는 것과 방글라데시에서 여야가 열차화재 원인을 놓고 방화냐 아니냐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는 내용이었다.

모디 총리는 통화에서 가자지구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0월 10일에 이어 두번째로 네타냐후 총리가 모디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전황을 설명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19일 새벽 수도 다카에서 발생한 고속열차 화재로 4명이 사망했다. 정부와 경찰은 제1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 측 방화라고 했다. BNP 측은 자신들의 민주적 운동에 대한 대중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정부 측 술책이라고 맞섰다.

강 모습 20250807_150054137.png 인도의 어느 강 주변

방글라데시 여당 아와미연맹(AL)은 방글라데시의 1971년 독립전쟁을 주도하고 같은해 말 독립한 뒤 정권을 여러 번 잡은 중도좌파 성향의 정당이다.

BNP는 중도 우파 성향이다. BNP는 극우성향 이슬람 정당 등 군소정당과 손잡고 여당을 공격하고 있다.

송고 후 옆건물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뒤 공원이 아니라 현지인 마을 골목길을 걸어봤다. 어느 골목 하수로에는 검은 색에 가까운 색깔의 생활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과거 도시화가 진전되던 초기에 이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 하수로의 어떤 곳에는 콘크리트 구조물 덮개가 있었지만 많은 곳은 덮개가 없어 생활하수의 흐름을 볼 수 있었다.

골목길을 현지인들과 걷다가 보니 조금 넓어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나왔다. 길가에는 구운 땅콩을 파는 상인이 보였다. 영어로 얼마냐고 물었더니 40∼50대 주인 아주머니(어쩌면 30대일 수도)는 대답을 못하고 겸연쩍게 웃을 뿐이었다.

그냥 지갑에서 50루피짜리 지폐를 건네며 땅콩을 가리켰다. 그랬더니 비닐봉지에 땅콩을 넣은 뒤 저울에 올려 달았다. 몇 그램인지 모르겠지만 작은 비닐봉지 가득히 땅콩이 담겼다. 집에 와서 땅콩을 까서 먹어봤다. 너무 오래됐거나 변색된 것이 많아 버리는 게 절반이었다. 땅콩 구입을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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