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지만 따뜻해 #5
금요일 밤 11시, 내 휴대폰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았더니 여자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엄마?"
"아니요, 잘못 거셨는데요."
"아... 죄송합니다."
전화가 끊겼다. 일주일 후 금요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또 같은 여자였다.
"여보세요, 엄마?"
"저번 주에도 전화하신 분이죠? 여기 잘못 거신 거 같은데요."
"...죄송해요."
세 번째 금요일, 나는 궁금해서 먼저 물었다. "실례지만, 왜 매주 저한테 전화하시는 거예요?"
긴 침묵이 흘렀다. "제 엄마 번호였어요. 이 번호가. 엄마가 5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번호는 해지됐고, 그 번호를 누가 쓰고 있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매주 금요일이면 자꾸 전화하게 돼요. 엄마랑 매주 금요일 밤에 통화했거든요."
가슴이 먹먹해졌다. "힘드시겠어요."
"미안해요. 이상한 사람이죠. 돌아가신 엄마한테 전화하는 사람."
"아니에요. 저도... 이해해요."
사실 나도 2년 전 아버지를 잃었다. 장례식 후 아버지 번호를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문자를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지만. 그냥 아버지가 어딘가 계신 것 같아서.
"다음 주 금요일에도 전화 오시면... 받을게요. 괜찮으시면 얘기 좀 하시죠."
"정말요? 폐가 되지 않을까요?"
"아니요. 저도 외로워서요."
다음 금요일, 그녀는 전화했다. 이번엔 "여보세요, 엄마?" 대신 "여보세요" 했다. 우리는 한 시간 동안 통화했다.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를, 내 아버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움을, 후회를 나눴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는 우리의 시간이 됐다. 3개월째 되던 날, 그녀가 말했다. "이제 괜찮을 것 같아요. 엄마가 떠나셨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신 덕분에요."
"저도요. 아버지 번호를 지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이제 전화 안 할게요."
"기다릴게요."
"네?"
"금요일 밤 11시에. 제 번호로. 제 전화를."
잠시 침묵이 흐르다 그녀가 웃었다. "알겠어요."
다음 금요일, 내 전화가 울렸다. 그녀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우리는 더 이상 돌아가신 부모님의 번호로 전화하지 않았다. 서로의 번호로 전화했다. 슬픔을 나누던 두 사람은 이제 일상을 나누는 친구가 됐다. 6개월 후, 우리는 처음으로 만났다. 카페에서.
"반갑습니다. 저는 민준이에요."
"수정이에요. 드디어 얼굴을 보네요."
기묘한 인연이었다. 잘못 걸린 전화 한 통. 하지만 그 전화는 두 외로운 영혼을 이어줬다. 상실의 아픔을 나누며 우리는 서로를 치유했다.
지금도 우리는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통화한다. 이제는 슬픔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오늘 있었던 재미있는 일을. 그리고 가끔 여전히 그리운 부모님 이야기를.
어쩌면 그 번호는 잘못 걸린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어머니가, 내 아버지가 어딘가에서 우리를 이어준 건지도. 외로운 두 사람을 서로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