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6] 거울 속 나는 더 열심히 산다

이상하지만 따뜻해 #6

by 사우스파크

3개월 전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다. 거울 속 내가 다르게 움직인다.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다. 하지만 분명했다. 내가 손을 들면 거울 속 나는 0.5초 늦게 손을 든다. 내가 웃으면 거울 속 나는 억지로 웃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다. 출근 준비를 하는데 거울을 보니 거울 속 나는 이미 정장을 입고 넥타이까지 맨 상태였다. 나는 아직 잠옷인데.

"뭐야..." 나는 중얼거렸다. 거울 속 나는 시계를 가리키며 뭔가 말하는 것 같았다. 입 모양을 읽었다. '늦었어.'

그날부터 관찰하기 시작했다. 거울 속 나는 나보다 부지런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고, 운동을 했고, 건강한 아침을 먹었다. 나는 알람을 끄고 다시 자고,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아침을 때웠다.

회사에서도 확인했다. 화장실 거울을 보면 거울 속 나는 더 똑바른 자세로 앉아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진짜 나는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한 달이 지나자 차이가 더 벌어졌다. 거울 속 나는 승진했다. 거울 속 상사가 축하한다며 어깨를 두드리는 게 보였다. 나는 여전히 대리였다.

2개월째, 거울 속 나는 연애를 시작했다. 예쁜 여자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혼자 치킨을 먹고 있었다.

3개월째, 거울 속 나는 결혼식을 올렸다. 행복해 보였다. 나는... 또 야근이었다.

참을 수 없었다. 거울에 대고 소리쳤다. "야! 너 뭐야! 왜 너만 잘 되는 거야!"

거울 속 나는 처음으로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너도 하면 되잖아.'

"뭘?"

'운동, 일찍 일어나기, 열심히 일하기. 내가 하는 거 다 너도 할 수 있어. 난 그냥 네가 하려고만 했던 것들을 실천하는 거야.'

순간 깨달았다. 거울 속 나는 내가 '해야지' 하고 생각만 했던 것들을 실제로 하는 나였다. 이상적인 나. 되고 싶었던 나.

"그럼... 너는 내가 만들어낸 거야?"

'아니, 난 원래 네 안에 있었어. 너 자신이야. 그냥 실행하는 버전.'

나는 결심했다. 내일부터 거울 속처럼 살아보기로. 알람 맞추고, 운동하고, 열심히 일하고.

다음날 새벽 6시, 알람이 울렸다. 일어났다!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30분 달렸다. 집에 와서 샤워하고 아침을 제대로 차려 먹었다. 출근해서 집중해서 일했다.

점심시간, 화장실 거울을 봤다. 거울 속 나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뭐야!!!"

거울 속 나는 눈을 뜨더니 하품을 했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오늘은 네가 하니까 나는 쉴게. 우리 교대 근무 하는 거야.'

"아니, 그게 무슨..."

'매일 둘 다 열심히 살 순 없잖아. 피곤해. 네가 하루 열심히 살면 나는 쉬고, 내가 하루 열심히 살면 너는 쉬고. 공평하게.'

"말도 안 돼! 그럼 결국 둘 중 하나는 계속 놀게 되잖아!"

'맞아. 그게 인생이야. 완벽한 사람은 없어. 거울 속에서만 가능하지.'

나는 한참을 웃었다. 그래, 맞다. 나는 거울 속 이상적인 나와 경쟁하고 있었던 거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게임.

그날 저녁 집에 와서 거울을 봤다. 거울 속 나는 치킨을 먹고 있었다. 나는 샐러드를 먹고 있었다.

"야, 우리 그냥 적당히 살자."

'동감. 너무 완벽하려고 하지 마.'

"그럼 네 결혼은?"

'포토샵이야. 거울 세계도 거짓말은 있어.'

우리는 함께 웃었다. 거울 속 나와 밖의 나. 결국 둘 다 불완전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했다.

지금도 가끔 거울 속 나는 더 열심히 살고, 가끔은 내가 더 열심히 산다. 중요한 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거울 속에서도 밖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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