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도 뭔가 불안했다. "어? 내 핸드폰 어디 갔지?"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집안을 이리저리 뒤적거려도 폰을 찾지 못했다.
“나, 폰 어디 뒀는지 모르겠어! 아까는 여기 있었던 거 같은데…”
친구는 잠시 침묵하더니, "잘 찾아봐. 어딘가 있을 거야."라고 다정하게 답했다. 나는 친구의 말을 듣고 더욱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소파 틈새도 뒤져보고, 집안에서의 동선을 생각하며 방마다 문을 열어보았다. 심지어 냉장고 문을 열고 ‘혹시 내가 무의식 중에 넣었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게 몇 분간의 치열한 수색 작업 끝에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머릿속을 스쳤다. ‘어라? 지금 내가 친구랑 통화 중인데…?’
“야!” 나는 갑자기 크게 외쳤다.
“왜?” 친구가 놀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 지금 너랑 통화하고 있잖아! 그럼 뭘로 통화하지... 헉!?”
순간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통화하며 폰을 찾았던 이 엉뚱한 상황은 웃음으로만 끝나지 않았고, 내게 삶의 이완과 즐거움으로 느끼게 했다.
성숙기의 문턱을 넘어서면 삶의 속도는 어느새 느려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종종 “웃을 거리가 없다”거나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왜 재미와 웃을 거리가 없을까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우리는 자라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지만, 성숙기에는 이미 많은 경험을 해 본 탓에 어떤 일이든 그 결과를 쉽게 추측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일조차도 열정을 느끼기 어렵고, ‘굳이 이 나이에’라는 생각이 우리를 억누르기도 한다. 그래서 옅어진 웃음을 되찾고 싶어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찾아본 자료에는 중년 여성과 남성의 유머 감각과 대처법, 그리고 아재 개그라는 다소 독특한 주제까지 다루며, 유머가 그저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우리 삶에 더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성숙기는 건강에 대한 염려, 사회적 역할의 변화, 그리고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까지, 육체적·정신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 시기다. 이러한 변화는 때로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며 삶의 무게를 더하기도 한다. 하지만 논문에서는 유머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유머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해소하며, 삶의 균형을 유지하게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중년 여성에 대한 연구는 유머 감각이 높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더 잘 관리하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는 유머가 심리적 방패를 넘어서 일상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년 남성의 ‘아재 개그’조차도 단순한 농담 이상으로 보아야 한다. 썰렁한 농담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그들 내면의 멜랑콜리를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때로는 타인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낮추며 타인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유머는 관계의 윤활유가 될 뿐만 아니라 삶의 어려움을 견디는 심리적 기반이 된다.
핸드폰 사건에서 느꼈듯이 유머는 단순한 실수조차도 우리를 웃음으로 이끌며 삶의 무게를 덜어준다. 웃음은 우리의 스트레스를 가볍게 하고 긴장된 일상을 풀어주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닌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은 유머를 통해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더 나은 자신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성숙기라는 시기에도 유머는 자신과 화해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가 된다.
일상 속에서 유머는 작은 변화를 가져온다. 가족과 나누는 농담,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터지는 웃음, 엉뚱한 실수에서 비롯된 유쾌함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이런 유머는 순간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삶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주면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또한 우리의 삶에서 소소한 순간들을 특별하게 만들며, 그 특별함은 행복으로 이어지게 한다.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오래된 프로그램 제목이 떠오른다. 단순하지만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웃을 거리가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웃음이 웃을 거리를 만들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웃음이 준비된 마음은 삶의 많은 유쾌한 순간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유머는 우리를 가볍게 만들어 준다. 유머는 삶의 짜임새 속에서 웃음을 끌어내는 특별한 능력이다. 그것은 실수를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자신과 세상을 조금 더 여유롭게 바라보게 한다. 성숙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머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심리적 방패이자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기쁨이다.
삶 속에서 유머를 발견하고 나누는 일은 우리 자신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밝은 에너지를 전한다. 유머는 우리가 세상과 연결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다리가 되어준다. 오늘도 삶 속에서 유머라는 선물을 발견하며 마음에 따뜻한 웃음 하나를 새기길 바란다.
참고자료: 박미성(2010). 중년여성의 유머감각, 유머대처, 스트레스 지각 및 자아존중감과의 관계. 한국성인간호학회지(22), 418-429., 정연득(2021). 중년 남성의 아재개그와 멜랑콜리. 목회와상담(37),135-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