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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nut Nov 07. 2021

나는 치프입니다

시작하며

오늘도 밤 11시 지친 몸을 이끌고 당직실로 간다.

내일은 6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집에 들어가면 일찍 일어날 자신이 병원에서 자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이미 몇 주째 집에 가질 했으니 어색하지는 않다.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지 않는 순간 갑자기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이렇게 힘들걸 알았다면 하지 말걸 그랬나?'

그런 생각은 오래 하지 못한다.

눈을 감으면 아침이 다시 오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전공의다. 누군가는 환자를 살리는 사명감으로, 누군가는 수술이 좋아서 의사를 했다고 하지만 내겐 솔직히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물론 면접  때는 "생사의 기로에  환자의 숨길을 열어주고 싶습니다!"라고 당돌하게 외쳤다) 사실 나는 대한민국 입시 체계로 행운을 받은 경우다. 특출 난  하나 없고 공부를 늦게 시작했지만 운이 좋게 성적이  나오면서 지방대 의대에 합격했고, 지방대 의대 정원이 많아서 다른 학교에 비해 학점을 받기 쉬웠어서 서울의 유명한 대학병원에 합격했다.


일부  (내과, 외과, 가정의학과) 제외하면 전공의는 4년을 해야 하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시험까지 합격하면 전문의가 된다. 전문의가 되면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 개업  취업도 편하고 대학병원에 남아서 교수직을 꿈꿔볼 수도 있다. 그럼 다들 전문의가 하고 싶겠지? 맞다. 그런데  사실은 대학병원도 안다. 어차피 힘들어도  참고 버틸 애들이라 그런지 수련이라는 이름으로 박봉에 밤낮   없이 부려 먹는다.


그래도 나는 불평불만하지 않았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전공의를 하는  아니다. 많이 배워서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다. 바쁘고 힘든  당연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을 할수록 생각이 변해간다. 도대체 나는 어떤 병원 생활을 해왔는지, 대학병원에는 어떤 문제가 있길래 내가 변해가는지 대나무 숲이라고 생각하고 솔직하게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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