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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사람 Apr 14. 2023

5.(을)노르덴슈켈트 호수를 끼고 걷다.

처음 트레킹, 파타고니아 이야기

파타돌이야

   W 더.브.을.유 트레킹의 셋째날은 (을) 일정이다. 노르덴슈켈트 호수를 끼고 마지막 목적지인 토레스 삼봉산 아래 센트럴 산장까지 걸어가면 된다. 짐짓 매우 평이하고 쉬울것 같았던 이 셋째날이 실상 가장 힘든날이 될줄은 몰랐다. 바람이 안부는 가운데 위에서는 강한 햇볕이 내리쬐고, 아래로는 자잘한 자갈길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장거리 트레킹용 중등산화를 신으면 어려운 길이 아닌데, 별 준비없이 경등산화만 신고가서 힘들었던거 같다.  

   걸으면서 느낀 파타고니아의 가장 큰 특징은 돌산 Rocky mountains 이란 점이었다. 돌산이어서 눈이 녹지않고 쌓이면서 빙하가 형성된더 같았다. 여행자들은 거대한 돌산 위에서 깍여나오고 떨어진 돌무더기들을 밟아가며 걸어나가야한다. 특히 라스 토레스의 프렌치 계곡길은 길도 아니고 사실상 돌무더기 비탈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계속 진군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파타고니아가 돌산이라 오랜 시간 빙하가 쌓이고도 거친 바람에 깍여나가면서 돌과 자갈들이 아래로 떨어져나왔다. 돌무더지들을 따로 정리하거나 치우지 않고, 그상태 그대로 사람이 다니게 하면서 길이 되었다. 실제 걸어보니 사실 길이라기 보다는.. 그냥 당신이 굳이 걸어가보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는 그런 길이다. 그런 험한 길이 트레킹 길이 되었다.

   달리보면 길을 내지 않음으로써 자연도 훼손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사람들도 걷기의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이것이 사람들의 접근성을 어렵게 하였고 결과적으로는 파타고니아의 물과 자연도 보호하는 것이리라.


파타고니아는 오직 몸을 낮게 굽힌 것만 허락한다.

   파타고니아가 바람의 땅이라는 것은 바람이 불때는 바람의 힘으로, 바람이 불지 않을때는 이미 휘어버린 나무들과 낮은 잡목들로 확인할수있다. 늘상  이곳에서는 바람이 너무 불어 높게 몸을 힘껏 치켜올린 것들은 버티기 어렵다. 고개를 높이 들면 꺾이게 되어있다.

  가는 내내 낮은 덤불, 다육류, 미천한 이끼들이 바위나 자갈 땅 위에 서로를 의지하며 뿌리를 내리고있었다. 그래서 오늘 바람이 불지않더라도 낮은 잡못과 키작고 비틀려버린 나무들을 보면서 바람의 힘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여행

   여행을 하다보면 여러 사람들의 군상을 보게된다. 칠레의 파이네 그란데 산장(Refugio Paine Grande)에서 팔을 다쳐 기부스 한 소년과 초췌하게 대기소파에 앉아 퀭한 눈으로 잠시 잠을 청하는 엄마를 보았다. 저들은 무슨 사정으로 여기까지 오게됬을까? 인도계로 보이지만 영어를 정통영어 식으로 능숙하게 하는 것으로 보아 영미권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인거 같다.

  노르덴슈켈트 호수가에서는 생후 몇개월 밖에 안된 아기를 업고 온 부부도 있었다. 아기 얼굴은 홍열로 붉게올라 있었고 눈 주변엔 상처도 있었다. 놀란 내가 오히려 연고를 주려고 했더니 이들 부부는 자연속에서 치유가 될거라며 웃었다. 나중에 삼봉산 정상에 갈때는 슬리퍼를 신고 비닐봉지에 물 하나 담아 올라가는 청소년 같은 아이도 지나쳤다. 위태롭게 돌무더기를 부여잡고 오르는 노인도 마주쳤다. 얼핏 이 대단한 산에 대한 예의가 부족한것 같이 보였지만 사실은 어떤 모습으로든 여행에 오르려는 열정이 대단하지 않은가.

   어떤 여행은 평생에 한번 하기도 하고, 어떤 여행은 때되면 다니는 수많은 여행 중 하나로 기억되기도 한다. 평생에 걸쳐 돈과 시간을 모아 사치라고도 할수 없이 겨우 떠나는 여행도 있다. 퇴직하고 나서 매 계절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유명한 여행지를 메달 따듯이 다니기도 한다. 또 어떤 여행은 소원을 빌기 위해 있는 것을 다모아 다녀오기도한다. 마지막 패를 다 거는 심정으로 기어이 산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기도 한다. 누군가가 쉽게 밟는 산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으로 가보는 산이 되기도 한다.   남미의 끝 파타고니아. 어떤 사람은 다 이뤄서 오고, 어떤 사람은 다 잃어서 오기도 한다. 어떤 이는 원하는 것을 다 이뤘기에 스스로에 대한 보상으로 오고, 어떤 이는 가진 걸 다 잃어서 절망속에서 온다.  그것이 어떤 여행이든 누구에게나 따듯한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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