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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사람 May 30. 2024

퇴사까진 아니고 팀만 옮기고 싶을때

팀을 옮기면 나아질까봐

직장생활하는 우리 “을”들은 마지막 사장이 되기 전까지는 항상 을이다. 아니 아마 사장이 되어서도 을일 것이다.


따라서 인생의 대부분을 을로 사는 상황에서 항상 과나 부서, 회사를 옮길때 어떻게 처신해야하는지 고민이 많은것 같다. 정기 이동이나 위에서 명령한 이동이면 내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반면, 내 의사로, 퇴사까지 할 용기는 아직 없고, 과를 바꿔보면 나아질까 싶을때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 있는 팀에서 “잘”, 스무드 하게 떠나려 할 때도 “을의 지혜”가 필요하다.


떠나고 싶다면 직속 상사에게 먼저 말하자


첫째, 과를 옮길때도 회사를 완전히 옮길 때도 현재 나의 직속 상사, 즉 팀장이나 부장에게 먼저 말하는게 순서이다. 보통은 현재의 팀에서 내가 나가겠다고, 다른 곳으로 가고싶다고 운을 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옮기고자 하는 부서장에게 먼저 말하게 된다.


혹은 옮기고자 하는 부서장과 우연히 밥먹다가, 술자리에서, 담배 피다가 당신의 고민을 말하게 되고, 그것이 옮기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현재 나의 직속 상사에게 말하지 않은 상태에서 옮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령 다른 팀,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먼저 받게 되었다고 해도 만약 옮기려는 결심이 섰다면, 한시라도 빨리 지금의 내 직속 상사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먼저 말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반드시 알게되며, 그때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상사의 입장에서 내가 직속 부장인데 나에겐 말하지 않고, 남에게 먼저 말했다는 사실은 오래 기억된다.


특히 내가 모르는 상태에서 같은 회사의 다른 팀장에게 먼저 말하게 되면, 조직에 나의 리더쉽과 조직관리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나기 쉽다. 이런 점 때문에 상사로서는 그 배신감과 오해가 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나는 예전에 이렇게 해서 “일을 그르친 경우”를 본적이 있다. 우리 회사에서 아주 능력있는 직원이었는데 다른 회사로 옮기려고 그쪽 회사와 먼저 소위 작업을 한 다음 한참 나중에야 직속 상사와 회사에 말한 것이다. 그러자 소속 회사와 부서에서는 거의 자존심 대결처럼 되서 이 친구에게 제대로 일도 안주면서 근 1년 이상을 보내주지도 않고 피를 말리게 한 적이 있다.


결국은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이니 보내주는 것이 서로에게 최선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당사자나, 현 회사나, 새 회사나 모두 상처받고 힘들었다.  


따라서 형식상으로나 감정상으로나 나의 이동의사를 지금의 직속 상사에게 먼저 말하는 것이 순서이다. 먼저 말하면, 듣는 상사의 입장에선 약간 당혹스럽지만, 자신의 어려움과 고민을 토로하는 것이므로 대부분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나설 것이다.


내맘대로 안되도 의-리있게!

 

둘째, 만약 회사가 당신을 안 놔줄까봐 걱정돼서 그런 것이라면... 걱정 마시라. 회사는 돌고돈다. 간혹 나의 의사와 무관하게 다른 부서에서 나를 데려가려고 한다면, 그것은 힘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내가 먼저 나가려고 한게 아니기 때문에 나도 얼마든지 변명할 꺼리가 있다. 이럴때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저 말단의 을인 내가 말한다 한들, 반영될 리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의사와 무관하게 다른 부서에서 나를 데려간다는 것은 내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가 나쁘지 않다.


최악의 경우 내 의사와 무관하게 지금 현재의 부서에서 나를 쫓아내려는 거라면 이것은 슬픈 일이긴 하다. 어차피 내가 이것을 거부하거나 바꿀 힘이 없을 때는 무기력해진다. 가급적 이런 조짐이나 정보를 빨리 알아내서 덜 나쁜 곳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것이 그나마 을로서 해볼 수 있는 팁이다.


이렇게 보면 너무 비관적인데.. 걱정 마시라. 우리가 가오가 없긴 하다만 만년 을인 건 아니다. 조금씩 회사생활하면서 위아래 옆으로 내편을 더 만들다 보면 점점 이런 “의문의 1패”를 줄일 수 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지않은가.


왜 옮기는지 진실하되, 상처는 남기지 말자.


셋째, 옮기는 이유에 대해선 반드시 진실을 말하되 다 말할 필요는 없다. 특히 그것이 결과적으로 지금 몸담고 있는 팀이나 부서를 비판하게 되는 셈이면 굳이 말할 필요 없다. 부장님이나 상대방에 대한 불만이면 더더욱 굳이 말할 필요 없다. 그런 말을 들은 상대방이 당연히 기분 나쁠 것이고 내가 부서를 옮기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리 없다.


간혹, 조직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당신이 총대를 매겠다고 떠나는 순간 그동안의 온갖 문제점을 조목조목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어리석은 짓이다. 떠나는 사람이 말했다고 해서 남아있는 조직에서 들을 리 만무하며, 대부분은 떠나려는 사람을 오히려 부적응자로 낙인 찍기 쉽다.


진실로 그러려고 했다면 당신이 떠나기 전에 현재의 조직에서 최선을 다해 고치고, 개선해보려고 스스로 노력해보았어야 한다. 그게 안되서 떠나거나 이동하는 것이라면, 일단 “잘” 스무드하게 떠나는데 목표를 두자. 다른 조직에서 후일을 도모하자. 강조하자면, 진실을 말하되, 모든 걸 다 말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최고의 빽은 같이 일했던 동료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최고의 빽은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다. 이것은 내가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첫 과장님이 환영회식 하면서 해주신 말씀이다.


사실 그때 나는 처음 큰 회사에 들어간 것이라 앞으로 펼쳐질 약육강식의 조직생태는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막연히 부푼 꿈에 절어 미래를 희망적으로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과장님이 보기에는 지방대 출신에, 서울에 연고도 없고, 든든한 빽 하나 없던 내가 안쓰러웠나 보다. 이 큰 조직에서, 쟁쟁한 엘리트들이 경쟁하는 전쟁터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심히 걱정되셨나보다. 그런 내가 눈에 밟혔던지, 이미 중역에 오른 과장님은 첫날 나의 순진한 장미빗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한 것이다.       


과장님도 좋은 학교를 나온 엘리트셨는데, 이 회사에서는 더 좋은 학벌에, 빽과 연줄을 가진 사람들이 즐비했다. 과장님도 오랜동안 파벌싸움, 사내정치에 힘들어했는데, 결정적 순간마다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 바로 윗 상사, 바로 아랫 직원들이 당신에 대해 좋은 말을 해줘서 잘되었다고 했다.


그날은 과장님의 말씀이 잘 이해 안됬고, 왜 이런 무거운 말을 하시는지 이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여러 계기에서 과장님의 말은 맞다고 증명되었다. 내 평생 조직생활의 지침이 되었다. 내가 과에, 동료들에게 헌신한 만큼, 동료들과 나를 믿어주고 도와주었다.     

기억하라. 평판은 오래 남는다.
그것은 결정적 순간에 동아줄이 되기도 하고, 나를 옭아매는 그물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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