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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사람 May 04. 2024

조직의 기강을 한눈에 알아보는 팁

어느 사무실을 가든 일단 이걸 본다

볼 일이 있어서 남의 부서나 사무실, 회사, 혹은 가게에 가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사무실이란 공간이 최소의 업무 단위라 작게는 두세명, 많게는 몇십명이 하나의 사무실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가보면 다들 자기 일도 하고, 회의도 하고 있고 전화도 받고 있다.

그런데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고, 뭔가 업무와 관련해 혹은 일을 같이 할 파트너로서 처음 만나러 가는 경우면 어떨까? 그 사람 개인이 아니라 그 조직 자체가 중요해진다. 이 회사나 조직의 기강이 잘 잡혀있는지 중요해진다. 사실 공식 미팅에서만 보면 그 조직이 조직적 수준에서 잘 돌아가는지 알기 어렵다. 좋은 말만 할 것이고, 좋은 것만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은 조직이 한다. 하나의 업무단위라 할 수 있는 과, 팀 단위, 사무실 형태의 부서 단위 조직이 잘 돌아가는게 최우선이다. 이런 점에서 내가 어느 사무실이나 조직의 분위기, 부서의 기강, 혹은 팀웤을 알아보는 나름의 팁이 있다. 바로 시계, 달력, 전화벨소리이다.


시계, 달력, 전화


한 사무실 공간의 공공재라 할 수 있는 세가지. 아무 힘도 안들고 누군가는 관리 해야 하지만 나는 피하고 싶은 공공재 관리. 이 세가지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으면 최소한 그 사무실은 기강이 잡혀있다. 그런데 이 세가지 관리가 안되는 곳이면 더는 볼것도 없다.


첫번째는 달력이다. 어느 부서나 벽 한가운데, 각자의 책상위에 달력이 있다. 사무실 벽에 걸린 큰 달력이 제 달에 있으면 적어도 달 단위로는 잘 관리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달력을 매일, 혹은 어느 순간에 보게된다. 두어달 지난걸 그대로 걸어두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4월이 지나 5월로 달이 바뀌고 있는데도 달력 한장을 넘기지 않았다면, 그 팀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한번은 보직이 바뀌어 새 사무실에 간 적이 있는데 사무실에 지난해 12월의 달력이 그대로 걸려있었다. 전임자가 저번주까지 근무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말할 것도 없이 그동안 그 조직의 기강이 헤이해져 있었다고 짐작하지 않을 수 없다.  


두번째는 벽시계이다. 벽 한가운데 걸린 큰 시계가 제시간에 잘 맞춰 따박따박 가고있으면 매일 단위로 그 팀은 잘 돌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일에 따라, 그 부서의 업무속성에 따라 시간의 구애를 받지않는 업무도 있을 수 있다. 각자 자기 핸드폰의 시계를 보면 되고 사무실의 벽시계는 내것이 아니니까 그게 고장이 나든, 틀렸든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든 어느 순간 벽시계를 봤을 때, 시간이 틀렸다는 것은 바로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고쳐지지 않았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시계는 우리 팀의 공간적 공공재일 뿐만 아니라 업무추진과 일일활동의 바로미터이다.


마지막으로 전화벨 소리를 듣게 된다. 대개 전화는 특정 개인에게 걸려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공공기관이나 사무실처럼 개방형 사무실의 경우 전화의 반은 그 조직 자체에 걸려온 것이고 그 내용은 회사의 공식적인 업무 문의인 경우가 많다. 개인 회사도 다르지 않다. 특정한 개인에게 업무문의나 협의가 있어 전화할 수도 있지만, 그 팀이나 회사에 문의할 게 있어서 전화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따라서 내 전화가 아니어도 그 자리에 사람이 없거나 할 때는 전화를 당겨 받아주는 것이 맞다. 그게 팀내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 및 조직의 일을 분담하는 자세이고, 상대방, 혹은 전화를 건 사람에 대한 예의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도 전화를 안받으면 사무실에 벨소리가 계속 날텐데 그러면 모두가 업무방해를 받는다. 따라서 가끔 어느 부서에 전화했는데 아무도 안 받으면 그 부서는 규율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거나 혹은 서로가 돕는 문화가 형성되있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과장이나 팀장에게 전화했는데 아무도 안 받는다면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팀웤 Teamwork

사실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향상시키는데 정답이 어디 있으랴. 업무성격이나 조직규모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혼자만 하는 예술작업이 아닌 한, 일은 팀과 조직 단위로 움직인다. 그래서 Teamwork 이라고 하지 않는가.


팀웤. 팀 단위로 협력해서 일하는 것. 몇명 안되는 개인사무실이라도 팀웍이 좋은 곳이 좋은 곳이다. 봄, 가을 철마다 가는 워크샵, 생일날 선물하기, 일 잘하는 직원 칭찬해주기, 인센티브..  이런것도 좋지만 그 조직의 공공재를 팀원 각자가 내 것처럼 관리하고 내 일처럼 살펴보는 문화가 저변에 흘러야한다.


오늘도 전혀 모르는 회사, 동사무소, 하다 못해 동네 부동산사무실을 가게 되면 문 열고 들어가는 즉시 나는 이 세가지를 볼 것이다. 시계, 달력,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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