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초보(테린이)때 꾸준히 하기 어려운 이유
흔히 테니스를 진입장벽이 높은 운동이라고 한다. 나도 신입만 몇년을 하면서 포기를 반복했으니 정말 맞는말 같다. 아무리 연습해도 일정 초보 수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데 바깥 테니스 코트에선 늘 실력있는 경력직만 찾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일단 테니스가 남과 같이 하는 운동이어서 그렇다. 혼자 하는 달리기나 요가는 일단 특별한 레벨이나 목표가 없어도 된다. 누구랑 뭘 하는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일정과 컨디션에 맞추면 된다. 내가 그만두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고, 나의 수준과 처지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반면 테니스는 반드시 상대방이 있어야하므로 같이 치려면 그와 수준도 비슷해야하고, 상대방이 나의 수준도 미리 알아야한다.
그러나 초보때는 대개 상대방이 나보다 잘하므로 늘 죄송합니다..를 연발해야한다. 그것도 한두번이지 한두시간 게임하는 내내 죄송합니다...를 숨쉬듯이 말하면 자존감이 확 떨어진다. 숨도 찬데, 연신 죄송합니다..말까지 해야하다니... 한번은 경기 하는데 상대방이 너무 잘하고 반대로 나는 너무 못해서 얼마나 어떻게 하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한다.
“저도 게임 때마다 죄송합니다...를 3년 했더니 어느 순간 이렇게 되더라구요.”
레슨도 받고 게임 하고, 다시 레슨 받고 연습하고 게임을 하는데도 한동안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 초보일수록 팔과 다리, 근육 등 내 몸을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 엘보가 자주 온다. 부상이 자주온다는 말이다. 이게 다 우리 자신이 평소에 몸을 많이 안써보고 신체활동을 충분히 하지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팔 엘보, 손목엘보, 심지어 어깨 담까지 온다. 아니 근데, 어깨는 잘 쓰지도 못하는데 담은 왜 오는것이야?ㅠㅠ
물론 프로선수들도 부상이 잦지만 우리 테린이들이 겪는 부상은 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프로선수들은 상도 받고 덤으로 부상도 받지만, 우리 초보들은 오직 부상과 외상만 남는다. 심지어 마음엔 자상까지.
테니스는 한 게임 시작하면 내맘대로 중간에 포기할 수 없다.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한 게임, 한 세트가 일정 마디로 구성되어 있어 끝날때까지는 무조건 가야한다. 세트 게임 다 끝내는데 아무리 빨라야 30분, 실력이 팽팽하면 40-50분 가기도 한다.
지금이라도 갑자기 발에 쥐가 났다고 할까?
그냥 앞으로 철퍼덕 넘어질까?
어떤게 덜 아플까.. 와.. 어떤게 덜 창피할까 .....
사이에서 머리만 굴린다.
내 실력이 너무 모자란게 표날때는, 지금이라도 갑자기 발에 쥐가 났다고 할까? 그냥 미친 척하고 앞으로 갑자기 넘어질까? 별 생각을 다한다. 게임중에 어떤게 덜 아플까 와 어떤게 덜 챙피할까 사이에서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치고 계속 경기를 한다.
같이 하는 플레이어들의 매너도 중요하다. 상대방이 있는 경기라 경기운영도 내 맘같이 안되고, 나도 내 파트너에게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한다. 나 혼자 못하는 건 창피해도 상관 없는데, 내 파트너가 나 때문에 몰수패를 당하게 생겼으니 그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발리를 못해서 못막은 걸 가지고 그걸 다 막아야지... 하며 나보고 매너 없다고 타박을 하면 어쩌란 말인가...
잘하는 사람도 가끔 테니스 보시를 해야한다. 잘 못하는 사람, 서툰 사람과 같이 하게 되면 용기를 주고 격려를 해줘야지, 타박하고 그것밖에 못하냐며 궁시렁대면 상대방은 주눅이 들어 더 못한다. 물론 입장 바꿔보면 잘하는 사람은 나는 잘하는데 내 파트너 때문에 내가 지면 짜증날 것이다. 그러나 잘하는 사람도 자기가 못할때 생각을 하면서 좀 이해해주면 좋겠다. 못하는 걸 가지고 매너 없다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매너인가?
매너란 잘하는 사람, 우위에 있는 사람, 많이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대할 때 가져야하는 태도가 아닐까...
못하는 사람이 굽신거려야하는 게 매너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특히 대도시는 코트 잡기가 너무 힘들다. 이건 좁은땅, 인구밀집 대도시의 특성상 어쩔수 없는데 그래도 방법을 강구하자면, Smaxh 앱이나 네이버 테니스친구찾기 까페에 회원가입해 게임 파트너 찾기를 하면 좋다. 나도 클럽 없이 이 두 사이트를 통해 매주 자리를 찾고 악착같이 찾아나선다.
우린 원래 배달의 민족이 아니던가? “한시간 거리면 간다"는 배달민족의 사명으로 어느 코트에서든 받아만 주면 간다. 오늘도...
* 테니스 친구찾기 앱 사용방법, https://m.blog.naver.com/alth2214/223374184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