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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식 보고서(4) - 그러면 어떻게 바꾸죠?

by 걷는사람

앞서 개조식보고서 시리즈를 통해 한국의 행정부, 공공기관 중심으로 만연해있는 개조식 보고서의 실체와 문제점을 나름 분석해보았다.

** 개조식 보고서 (2) - 기원과 방향


개조식 보고서는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날로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쟁점의 사안을 처리하기에는 더 문제가 많을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특히 보고서가 개인의 취향이나 사장의 입맛에 맞게 쓰는 곳이 아니라 불특정 시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 따라서 행정부나 공공기관일 수록 개조식 보고서 행태를 속히 바꿀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보고서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우리 개조식 보고서의 개선방향


가급적 개조식 보고서는 그만 사용하는게 좋겠다.

개조식 보고서보다 서술식 문장형 보고서를 쓰자. 흔히 개조식 보고서가 바쁜 현대사회에서 효율적으로 간명하게 쓰니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서술형 보고서로 길게 쓰는것이 궁극적으로는 시간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서술형 보고서가 궁극적으로는 더 효율적이다.

긴 문장 형태로 서술식으로 쓰게 되면 기본적으로 길어지기 때문에 불필요한 말을 줄이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개조식 보고서는 보고서를 짧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를 줄이기 쉽다. 쓰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필요한 정보가 들쭉날쭉 생략되면서 전체적으로 중요한 내용의 왜곡을 불러온다.


서술형 보고서는 불필요한 기타 정보를 줄여야한다. 어차피 말하듯이 서술형으로 쓰는거기 때문에 누구도 못쓸순 없다. 장황해질 순 있어도 왜곡시키긴 힘들다. 즉 정확한 정보를 줄이는게 아니라 불필요한 사족을 줄이다보면 정확한 정보와 의견이 살아 남을 것이다.


양식도 문장형태의 보고서에 글자 크기나 양식을 통일해서 표준 보고서 양식으로 써야 좋다.

표준 보고서 양식으로 통일하도 장려하면, 불필요한 형식과 양식 경쟁을 할 필요 없고 여기에 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미국식 보고서처럼 단순하게 양식을 통일하여 쓰는 이와 읽는 이 모두 가독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개조식보고서가 마치 훌륭한 보고서의 전형인 양, 개조식 보고서 찬양을 하는 행정 문서에서 원천적으로 개조체를 없애고, 일반 문장형태의 보고서로 써야한다.


정부기관에서부터 개조식 보고서를 가급적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외에 공개하거나 공표하는 문서, 공개발표하는 국가대계나 계획, 정책보고서, 언론발표, 언론공개문의 경우 서술형 보고서나 서술형 글쓰기만 쓰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


왜 우리는 모두 중고등학교까지도 국어책이나 시험에선 되자 서술형 글쓰기로 배웠는데, 대학에서도 서술형 글쓰기로 논문을 쓰고 시험을 봤는데, 심지어 취업이나 고시에서도 서술형 글쓰기로 글을 쓰고 내 의견을 말했는데... 왜 갑자기 정작 관공서에만 들어오면 글이 짧아지고 밑도 끝도 없이 말을 짧게 해야하는가? 이미 기업이나 대부분의 회사에서도 서술형을 쓰고있는데, 유독 관공서나 공공기관이 이게 특히 심하다.


회사에서 공식적 보고서도 문장으로 써보자.

회사에서 공식적 Writing의 중요성 - 한 문장으로 써봐라. 처음부터 주어, 동사, 목적어로 구성된 문장으로 써본 사람은 나중에 간단한 메모를 해도 다르고, 개조식 보고서로 써도 다르다.

그 다음은 문단으로 구조를 갖춰서 써봐라. 문단이나 한 장 정도의 글을 쓰게 되면 구조를 갖추는 훈련을 할 수 있다. 구조는 여러 가지 구조가 있다. 기승전결이라는 전개형일 수도 있고, 연역법 혹은 두괄식 형태로 먼저 주장을 쓰고 그 이유를 부연설명하는 구조도 있다. 반면 귀납법, 미괄식은 논거나 설명을 먼저 나열하고 그 결과 다 종합해보니 이렇다 하면서 결론을 맨 마지막에 쓰는 형태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말머리에 나의 주장이나 말하려는 바를 먼저 쓰고 나머지엔 평면적으로 논거들을 채우는 형태도 있다. 말하려는 바, 보고서의 목적에 맞게 쓰면 된다.



사실 글쓰기가 분명하고 보고서만 읽어도 명확하면 굳이 면대면으로 만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면 업무 소요시간도 단축할 수 있고 효율화가 가능하다.


글이 명확하다면 말이 왜 필요하겠는가?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말로 끝맺음을 대신한다.

... 결국 나는 개조식 글쓰기가 일제 관료의 잔재라는 이유로, 또는 관료적 권위주의 때문에 강화된 관행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게 아니다.
개조식 글쓰기는 애초에 의도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역효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기에 경계할 뿐이다. - 이준웅, 2017

** 참고자료

- 이준웅, 2017, "소통과 먼 ‘국정운영 5개년 계획’ ", [미디어 세상]소통과 먼 ‘국정운영 5개년 계획’ - 경향신문 (khan.co.kr)

- 소준섭, 2024, 공문서 문장을 바꿔야 공직사회가 바뀐다 < 민들레 들판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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