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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우저동 봄을 그리다(12)

by 정영호 Mar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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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꽃만 찾는다면 아직 눈이 덜 열렸다고 보아야 한다. 사람은 절대 같은 눈을 가질 수 없다. 눈은 또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눈은 세상을 인식하는 수단의 하나인데 눈에는 늘 그 사람의 마음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의 눈은 모두 다르다. 세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보인다.

또한 세상은 한번 보아서 볼 수 있는 것이 있는 반면 수백 수천번을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작약은 5월 정원을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존재중 하나다. 그런데 이맘때 추위를 뚫고 밀어 올리는 작약의 붉은 순은 꽃못지 않게 예쁘고 아름답다. 붉은색은 강한 기운을 준다. 붉게 강렬하게 솟아오르는 작약의 순 옆에 서면 마치도 봄의 강력한 기운이 전달되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이것을 느끼는데 십수 년 동안 작약을 정원에서 지켜보면서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내 눈은 그 오랜 세월 트여있었으나 바로보지 못하는 맹인과 같았다. 또 한편에서는 세상살이에 내가 여유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속세에 찌든 나머지 세상을 못 본 것이다.


오늘 아침 붉은 작약순에 반했다. 저 붉은 기운이 내 피에도 다시 강렬하게 태동하길 바랬다. 그래서 그리움에 지친 내 영혼이 다시금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길 간절히 기도했다.



나이 오십을 공자는 지천명이라 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고 했다. 오십 대에 눈이 트이고 지혜가 열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공자는 또한 육십을 이순이라 했다. 귀가 순해져 듣는 귀를 열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눈이 트이고 귀가 열린다면 늙음은 서글픈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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