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적동 봄을 그리다(27)
우리 집에서 지난 7년간 한가족으로 지냈던 11살 베기 똘똘이가 오늘 새벽 세상을 떠났다.
아는 분의 지인이 서울로 이사를 가면서 우리 집에 데려다 주었는데 이 녀석이 어찌나 영민하던지 똘똘이라 이름 지어 주었다. 아내가 아들이라 할 만큼 너무도 영특하고 사랑스러운 놈이다. 언제나 내 곁을 따라다녔는데 몇 해 전부터 외출이 잦아져 마당 앵두나무밑에 묶어서 키웠다.
우리집 차는 물론이고 마을의 차들과 사람들을 구별해 내고 사람들을 좋아해 집에 오는 손님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람 나이로 치자면 80대로, 치매가 올까? 늘 염려했었다. 그러던 중 작년 여름 치매반응을 보이더니 가족들의 노력으로 치매를 극복했다. 올해 봄 이후로 살이 많이 빠지고 외부반응에 반응을 안하더니만 지난밤 스스로 목줄을 풀고 동네 사찰에 가서 변을 당했다.
그런데 기인한 것은 작은 체구의 똘똘이가 사찰의 진돗개에게 덤벼들어 시끄러워 보살님이 나가서 싸움을 말리는데 보살님의 다리를 물고 결국 사찰 진돗개에게 물려서 죽었다는 것이다.
평소 똘똘이는 큰 개와 대결은 절대 하지 않았다. 우리 집 식구들을 따라다니다 큰 개를 만나면 사람뒤로 바로 숨어버렸던 겁도 많은 영민한 놈이며 사람에게 해를 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집에 찾아오는 외부손님들에게 달려들어 짖다가도 쓰다듬어 주면 흔쾌히 꼬리를 흔들며 좋아했던 착한 녀석이 사람을 물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요사이 영 무기력해 오래 살지 못하리라 마음에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변사에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사찰에서 임의적으로 묻어놓은 땅을 파헤치고 똘똘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정원 한구석에 땅을 파고 묻어주었다.
인간의 입장으로 동물복지를 고민해서는 안되는 것 같다. 똘똘이가 숫놈이라 나이 들어 가출이 심해져 나무에 묶었는데 똘똘이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구속이 아니었을까? 싶다. 유일한 즐거움이 달리기였던 녀석이다.
그나저나 똘똘이를 너무도 아꼈던 둘째에게 어찌 설명해주어야 할지? 몹시 난감하다.
만남은 이별을 동반하다.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게 삶이다.
잘 가거라! 똘똘 아!
너를 만나 우리 가족이 많이 행복했다.
2017년 8월 23일 페이스북
인연에 집착하지 말라하지만 그것이 큰 아픔일지라도 사랑하며 사는것이 우리네 삶이 아닌가? 생각한다. 진의 여부를 떠나 나는 개에게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똘똘이는 영원히 볼수 없지만 그 인연은 다시 이어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