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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by 정영호

10대의 나는 운명의 덫에 감겨 정처 없이 헤매었고

20대 나는 운명은 스스로 개척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에 도취되었고

30대 나는 스스로 파놓은 운명의 함정에 속절없이 갇히었으며

40대 나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50대 나는 운명은 개척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정해진 운명을 따라 오늘을 살아가는 중이다.


깨달음은 삶이 과거와 미래에 붙잡히는 것이 아닌 지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임을 가르친다.

나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이제 선택의 기로보다는 받아들임의 숙명에 서서

저 광야를 달리는 무쏘의 외로운 뿔처럼 남은 생을 그려본다.

나에게는 운명의 주인인 영혼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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