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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Oct 05. 2021

유기농 벼농사

토하 가재 버들치야 함께 가자.

산골짜기 코딱지만 한 다랑치  논에 누렇게 가을이 물들어 간다. 10월 중순쯤 수확하려고 물꼬를 자르고 언덕 쪽 고랑을 다시 쳐 올렸다.


 논을 갈고 모를 심은 후 유기농 비료를 뿌리고 논둑에 잡초 네 번을 베고 이번까지 고랑 두 번을 쳐올리고 유기농 비료를 한번 더 주었다.

올해는 다행히도 우렁이가 일을 잘해주어 김 메기는 쉬었다.


 효율성을 따지자면 유기농 벼농사는 경쟁력이 없다. 수확량은 적고 일손은 몇 배로 들기 때문이다. 논둑에 제초제를 뿌린다면 몇 분이면 끝날 제초작업이 한번 벨 때마다 한 시간가량 소요된다.


 올해 나락을 보니 작년보다는 이삭이 좋다. 그러나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논의 벼와 비교하면 이삭은 초라하고 벼 잎이 병이 많다.


 고랑을 쳐올리면 보니 토하와 미꾸라지 가재 버들치 등 일급수에서 살아가는 어종들이 엄청나다. 유기농사를 지은 것은 십여 년 전이고 이후 가재나 버들치가 생겨나고 3년 전 토하가 생겼다.  유기농사를 통해서 논의 본래 주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들이 서식이 가능했던 것은 논과에 파둔 작은 둠벙 덕분이다. 논에 물이 마르면 웅덩이로 이동해서 겨울을 보낸 것이다. 물을 빼자 바쁘게 가재와 토하가 웅덩이로 이동한다. 둠벙에는 고마니똘로 가득하다.


유기농은 수확량이 줄어든 대신 공존과 공생을 가져왔다.

나는 이 논을 돈을 들여 사서 매번 가족의 식량을 얻어가고 있다. 어찌 보면 이 논에 진정한 주인은 토하와 가재 버들치다.


 지구는 갈수록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인간의 일방적 개발에 밀린 수많은 생명체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지구라는 대자연은 인간의 오만함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대책이라고 내세운 탄소중립은 듣기 좋은 말에 지나지 않고 있다.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그 어떤 조치도 치해지지 않고 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논에서 토하며 미꾸라지 잡으셨던 기억이 난다.

토하로 젓을 담아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미꾸라지는 호박잎을 넣고 추어탕을 끓이면 그 맛이 기가 막힌다.

 어릴 적 논가에 둠벙을 퍼내고 미꾸라지를 잡아가면 어머니께서 맛난 추어탕을 끓여 주셨다.


 탄수화물이 넘쳐서 사람이 건강하지 못한 시대에 유기농사로 벼를 지어 몸에 좋은 품질 좋은 쌀을 얻고 논에서 토하와 미꾸라지를 얻는다면 일석이조다. 우리가 유기농을 해야 할 이유다.

 올해도 수고해준 벼와 토하 가재 버들치 왕우렁이 모두에게 감사하다. 이렇게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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