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서 돼지에게 풀을 먹이는 것은 금지되고 있다. 이유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멧돼지에게서 전파된다고 가정하여 멧돼지에게 붙어있던 진디기가 감염되고 진디기가 풀에 있다가 풀을 먹이면 집돼지에게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감염시킨다는 논리다.
상당히 무서운 논리다. 자연을 질병의 온상으로 규정하고 자연과의 격리를 통해 질병을 극복하겠다는데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돼지 먹이는 감염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차단하거나 살균처리를 가해야 한다.
여기서 궁금점 하나가 생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돼지고기로 인정받는 스페인의 이베리코 흑돼지는 완전 방목 사육하는데 그 고기의 유통은 왜 차단되지 않는가?
이베리코 흑돼지는 이베리아 반도 상수리 숲에서 최소 6개월 이상 방목 사육한 흑돼지를 말한다. 스페인의 가축방역 기술이 뛰어난다 가정해도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무서운데 어떻게 그 고기를 유통하는지 몹시 궁금하다.
특히 스페인도 여러 차례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 지역이었다. 스페인은 국가적 차원에서 이베리코 흑돼지를 브랜드화하고 사육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흑돼지를 사육하면서 잡식동물인 돼지에게 풀을 먹이는 실험을 해왔다. 돼지는 생풀을 엄청 좋아한다. 건초나 톱밥 등도 먹는다. 특히 돼지가 좋아하는 풀은 옥수수대 라이그라스 모싯잎 케냐프 등이며 오히려 초식동물인 소보다 더 풀을 좋아한다. 풀이 먹이가 되고 훌륭한 축산자원이다.
한국의 잘못된 축산 규제로 돼지가 풀을 먹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되어 처벌을 받는다.
정부가 말하는 동물복지는 인간의 기준에서 통제의 개념이지 돼지의 기준에서 복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미국보다 훨씬 심각한 공장식밀집 축산국 한국이 동물복지를 논할 자격도 없다.
이점에서는 국민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키우는 개 고양의 복지만 주장할 뿐 인간사회에서 뗄 수 없는 가축들에 대한 복지는 상관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