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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종 Apr 13. 2022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 류시화 ․ 김소향 옮김 | 문학의 숲 | 200

자기를 돌아본다는 것은 매일의 사건들에 습관적으로 반응하기를 잠시 멈추고 혹시 다른 선택이 가능한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그것을 우리는 흔히 ‘거리 두고 바라보기’라고 한다.(22쪽)

 -->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하기보다는 체념이나 원망의 상태로 포기해버린다.


나는 사람들이 물질이나 외적인 부를 축적하고 유지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다 써버리기 때문에 자비, 인내, 너그러움, 평정 같은 내적인 부를 키울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불균형은 사람들이 이혼이나 심각한 질병, 만성이 된 신체적 고통이나 감정적 고통의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특히 취약함을 드러낸다.(24쪽)


처음 명상 수행을 시작할 때는 마음속에 온갖 종류의 사념들이 갑자기 출몰하며 그것은 마치 세찬 강물에 떠내려오는 나뭇가지들과 같다. 그 나뭇가지들이란 바로 신체적 느낌, 감정, 기억, 계획, 심지어 ‘난 명상을 잘 못해’ 같은 사념들이다. 따라서 그런 것들에 휩쓸리고, ‘나는 왜 명상을 잘 못하지?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이 방의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 것 같은데 왜 나만 힘들지?’ 등의 의문이 드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중략) 어느 순간에라도 내 마음속을 통과하는 것들이야말로 내가 명상의 초점으로 삼아야 하는 바로 그 대상들이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해 내 주의력이 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그리하여 차츰 내 안의 생각과 감정과 신체적 느낌들을 나 자신과 동일시하는 습관을 중단하게 되고, 그  순수 자각과 내가 하나가 되기 시작할 것이다.(28쪽)


우리는 기꺼이 완벽하게 평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을 의미한다.- 트룽파 린포체. <자유의 신화>



티베트어로 명상을 ‘곰’이라고 하는데, 대충 번역하면 ‘친해지다’라는 뜻이다. 이 풀이를 따른다면 불교 명상은 ‘마음을 알게 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가장 좋을 것이다.(29쪽)


(고타마 붓다는) 6년에 걸친 극단적인 금욕 수행 이후 그는 좌절감이 생겼다. 속세로부터의 달아남은 그가 찾는 해답을 주지 못했다. … 깊은 명상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진정한 자유란 삶으로부터의 물러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과정 속에 더 깊이 깨어 참여함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55쪽)


수행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어떤 경험이든 자신의 존재가 본래 지닌 지혜, 능력, 사랑, 자비를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깊이 뿌리내린 믿음과 태도를 잘라 내는 일이 필요하다.(130쪽)


마음은 언제나 활동적이다. 구분하고 평가하고 그 평가에 따라 재 구분한다. 그리고 새로운 구분 또는 더 세밀한 구분에 따라 재평가한다. 우리는 자자 이 모든 생각의 활동에 사로잡힌다.(164쪽)


“마음이 고요해지려면 몸을 훈련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 9대 걀와 까르마파 <마하무드라 - 진리의 대양> (165쪽)


명상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마음은 마치 날뛰는 기수와 같다. 때로는 안절부절못하며 생각과 감정과 신체적인 느낌들 사이를 뛰어다니고, 그래서 더러는 이 모든 뛰어다님에 질려서 둔감해지고 산만해지고 지쳐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처음 시작할 때는 차분한 말 위에 앉는 것, 긴장을 풀고 동시에 기민하게 깨어 있는 상태인 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167쪽)


내 개인적 경험으로는 명상 도중에 가끔 몸을 추스르는 것도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는 좋은 방법이다. 근육이나 몸의 다른 부위의 긴장을 알아차리는 것은 두려움, 욕망, 그리고 ‘내가 아닌’ 모든 것들과 구분되는 ‘나’에 집착에서 오는 심리적 감정적 습관들에서 벗어나는데 매우 효과가 있다.(173쪽)


“밀려들었다 빠져나가는 바다의 움직임처럼 휴식하라” - 잠곤 꽁뚤 <창조와 완성>


편안하게 휴식하면서도 동시에 기민한 몸 자세를 갖추는데 적용된 원리가 마음의 균형을 찾는 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너무 느슨하지도 않고 너무 굳어있지도 않은 상태가 그것이다. 마음이 편안함과 기민함 중간에 자연스럽게 놓일 때 마음의 본래 능력이 저절로 발휘된다.(174쪽)


신체적인 자세의 경우처럼 마음의 중심 자세는 균형을 발견하는 일이다. 마음이 너무 굳어 있거나 너무 집중하면 마침내는 자신이 좋은 명상 수행자인지 아닌지 불안하게 한다. ‘마음을 바라봐야 해. … 만일 성공하지 못하면 나는 실패자야.’ 한편 마음이 너무 느슨해져 있으면 당신은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나른함에 빠질 것이다. ‘명상을 하긴 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아, 그래. 여기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고 기분이 있어. 그런데 내가 왜 상관해야 하지? 그것들은 다시 몰려올텐데.’ 이 두 극단 사이에 이상적인 접근법이 자리하고 있다. ‘음, 여기 생각이 있군. 여기 감정이 있군. 여기 기분이 있군. 이제는 사라졌어. 어, 지금은 다시 생겼네. 어 지금 다시 사라졌어. 지금 다시 돌아왔군.’ 이 나타남과 사라짐을 아이들이 구름을 바라볼 때 하듯이 하나의 놀이처럼 다룰 수가 있다. 특히 처음에는 그 ‘놀이’를 짧게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불교 경전에 따르면 음식 한 입을 삼키는 시간만큼만, 차 한 모금을 마시는 시간만큼만, 혹은 방에서 두세 걸음 걷는 시간만큼만 하는 것이 좋다.(175-176쪽)


하나의 나뭇가지 위에서 휴식하라. 이런 방식으로 경험을 주시하는 것은 단순히 바라보는 일과 그것에 우리의 판단과 의견을 섞는 일을 구별하게 해 준다. … 습관적인 생각과 감정, 그리고 신체적인 느낌에 대한 습관적인 반응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각각의 것들에 대해 일어나는 그대로 신선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179쪽)


명상의 단계적 접근법

가장 기본적인 주시는 ‘대상 없는 주시’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특정한 장면이나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단지 넓은 범위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경이로워하는 것이다. … 설거지를 끝냈을 때 당신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의자에 앉는다. 몸은 지쳐 있지만 마음은 심호흡을 하는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해, 평화롭고 완전히 열려있고, 온전히 휴식한다. …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에는 다만 현재의 심호흡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대상 없는 주시 상태에서 마음을 휴식하는 방법이다. 마치 분량이 많고 힘든 일을 방금 끝낸 것처럼 다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긴장을 푸는 것이다.(180-182쪽)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과 신체적 느낌이 무엇이든 그것을 저지할 필요도 없고 또한 뒤쫓을 필요도 없다. 심호흡을 하는 지금 이 순간에 다만 편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생각, 감정, 신체적 느낌이 일어나면 그냥 그것들을 자각하기만 하면 된다.(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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