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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종 Nov 12. 2023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때늦은 코로나 체험기

처음 며칠간은 이유가 있는 몸살인 줄 알았다. 짐에서 갑자기 안하던 운동을 해서 놀란 몸이 좋은 변형을 이루고 있는 조금은 아프지만 지극히 당연한 몸살. 하지만 5일만에 코로나로 판명이 났다. 식사 약속이 있는데 괜히 민폐끼치면 안 될 것 같아 혹시나 검사를 해봤는데 외외로 양성이었다. 너무 쉽게 양성 반응이 나오길래 약국에 가서 새로운 진단키트를 사와서 다시 시도해보았으나 바로 양성 판정이 나왔다. 아무리 PCR이 아니고 진단키트의 결과지만 2번이나 선명하게 두 줄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지난 경과를 되짚어보았다. 그런데 의외의 경험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소문으로만 듣던 코로나의 증상과는 너무 다른 현상들을 겪어오기 때문이다.


우선 증상이 시작된 건 지난 월요일이었다. 오전까지 멀쩡하던 몸이 저녁이 되면서 이상증세를 띄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등이 너무 애렸다. 오후까만 해도 상체, 특히 등 쪽의 각종 뼈들을 이어주는 근육과 인대, 근 섬유 사이사이에  묶여있던 각종 매듭들이 풀어지는듯한 느낌이 들면서 몸 구석 구석이 시원해지던 참이었다. 그런데 어둠이 깊어지면서 갑자기 증상이 돌변하면서 등이 아파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건 조금 달랐다. 예상했던 근육통이 아니라 너무 아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1시간 단위로 잠을 깨면서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의아했지만 갑자기 안하던 상체 운동과 목을 푼 후라 몸살의 일종이라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래도 너무 아프고 자꾸 1시간 단위로 잠에서 깨니까 어떤 특별한 조처가 필요하다 생각했다. 새벽2시, 아침이 오려면 아직 몇 시간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명상 선생님이잖아. 명상으로 통증을 좀 잊어봐야겠다.’ 한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눈을 감고 누운 채로 모든 에너지를 아꼈다. 식욕도 사라져 하루 종일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먹어도 들어가지가 않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온 몸에 힘을 빼고 최대한 편안하게 누워 의식의 무게 중심을 옮겼다. 내 몸에 중심을 두지 말고, 형체가 없어서 어느 곳에도 갖히지 않는 마음을 최대한 활성화해보려고 했다. 진짜 내 마음은 내 몸에 한정된 것이 아니니까, 내 몸 바깥에 있는 마음을 최대한 느껴보기로 한 것이다. 처음엔 의식이 자꾸 통증이 있는 등에 집중되었다. 집중이 되니 더 아프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의식이 몸에 과몰입하지 않도록 최대한 넓고 깊고 고요한 마음의 전체로 옮겨보려고 하였다. 그렇게 쉽지 않았다. 아픈 등이 온 의식을 끌어당기면서 더 세세하게 통증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계속 의식을 확장하려 했다. 온 몸에 힘을 빼고 깊고 고요하고 광활한 마음을 의도적으로 느껴보려 하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온 몸과 마음에 평온이 잦아들었다. 심지어 입 속에 맑고 윤활한 침도 고였다. 더 이상 등이 아프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편안했다. 오래 느끼지는 못했다. 잠이 들어버렸기 때문이다.통증을 더 이상 느끼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게 가능하구나. 의식의 무게 중심을 옮김으로써 몸의 통증을 잊을 수 있구나.’ 신기한 경험이었고 다행이었다. 이제부턴 잠을 잘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얼마간 잠이 들었다가 다시 등이 아려서 눈을 떠보니 새벽 5시다. 1시간 연습하고 2시간을 잔 셈이다.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서 오히려 몸이 코로나가 오기 전보다 느낌이 좋아지고 있었다. 금요일 오후, 그러니까 코로나 증상이 있은지 5일이 되면서 몸 구석 구석이 다시 정렬되는 좋은 느낌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아프기도 했지만 좋은 명상 체험도 하고 몸에도 좋은 변화가 일어난 거다.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안 좋은 일이나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좋은 점이 따라오는 거. 그러니 일어나지도 않은 것들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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