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과 가까이하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일수록 적당한 거리가 필수다.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이 결혼을 하더라도 적당한 거리가 필수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너무 가까이하며 방심하면서 많은 문제들이 생긴다. 여기서 말하는 적당한 거리란 성숙한 인격체로서의 서로에 대한 배려를 의미한다. 좋아하는 사이라고 해서 물리적으로 늘 가까이하면서 심리적으로도 각자의 영역까지 깊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주로 나와 통하는 면이 있으면서도 이질적인 면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통하는데 다른 점에 끌리는 거다. 달라서 매력적인 면이 너무 가까이 있으면 불편함으로 변하기가 쉽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점에 끌렸으나 오래 있으면 그 다름으로 인한 불편함이 생기는 거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거다.
2010년도에 깔루 린포체를 처음 만났다. 어린 나이에 3년 3개월의 무문관을 끝낸 지 2년도 안되었을 때 만난 깔루 린포체에게서는 빛이 났다. 누가 봐도 예리하고 자비롭고 진정성 있는 모습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그때 린포체는 시종일관 거리 두기를 요구했다. “Keep distance. 다가오지 마세요. 나에게 가까이 오려고 하지 말고 수행에 집중하세요.”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한국, 캐나다, 태국 국경을 넘나들며 14년을 이어오고 있다. 만일 린포체가 “나에게 집중하세요. 중요한 가르침을 줄 테니 내게 가까이 오세요.”라고 했다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세월이 지나면서 그것이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느꼈다. 나 또한 사람들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마음의 동요가 현격히 줄었다. 사랑하는 것과 깊이 개입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람들은 적당한 거리를 두라고 하면 냉정한 것 아니냐, 이기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해온다. 표면상으로는 그렇게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두고 보면 모든 건강한 관계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수라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 적당한 거리를 두는 관계에서는 큰 문제가 별로 없다. 그에 반해 너무 가까워서 생기는 큰 문제는 많다. 너무 가까워서 돈을 빌려줬다가, 사업을 같이 하다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지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한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 모든 힘든 관계는 그 거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적당한 거리를 넘어 내 방식을 강요하거나 상대의 방식을 강요받을 때 우리는 갈등하고 힘겨워한다. 그러니 힘든 관계일수록 거리를 둬야 한다. 내 욕심을 내려놓거나 타인의 기대로부터 본인의 자유를 회복하면 많은 힘겨움을 해결할 수 있다. 되는지 안되는지는 스스로 경험해 보면 안다. 생각보다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