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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기 위해 이사를 단행했다

by 은종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자기 자신을 아는 일“ - 몽테뉴


살아보고 싶은 삶을 살아보기 위해 강남대로 66길에서 3년을 잘 살았습니다. 익숙한 삶을 내려놓고 싶어 다시 이사를 했죠. 이사한 지 이틀 만에 인도를 다녀와서 이사한 집에 적응을 시작했습니다.


새로 이사를 온 집은 지난 집과 방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지난번 집이 동북향이었는데, 이번 집은 남서향이네요. 모든 것이 방향이 반대입니다. 왼쪽이었던 신발장이 오른쪽, 오른쪽이었던 세면실이 왼쪽, 왼쪽이었던 가스레인지가 오른쪽. 모든 것이 반대방향이다 보니 익숙하게 쓰던 몸 방향이 반대로 적응 중입니다.


지난번 집도 조용했지만, 이 집은 조용하다 못해 고요가 가득하네요. 부탄, 네팔, 인도를 다녀오면서 내 안에 있던 많은 것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쉽게 살고 싶은 안일함, 남에게 의지하려는 마음, 늘 뭔가를 이루려는 마음, 아닌 줄 알았던 마음들이 있는 그대로 비쳤죠. 강점과 약점이 도드라지게 보입니다. 동시에 살면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도 점점 선명해지고 있죠.


결국 자기가 주인 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외롭지도, 흔들리지도, 서운하지도, 지치지도 않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죠. 자기중심이 단단하게 자리 잡을 때, 내 삶에 일어나고 사라지는 모든 일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고 연잎의 이슬입니다. 나를 물들이거나 뿌리째 흔들 수는 없죠. 혹시라도 흔들리면 흔들리다 제자리로 돌아오면 됩니다.


이사를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이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환경은 소중한 것에 깨어있게 도와주기 때문이죠.


몽테뉴가 20년 걸려서 수상록을 썼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삶을 살아본 후, 가장 소중하다 생각하는 일에 여생을 집중한 거죠. 자기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죠.


저 또한 새롭게 이사한 집에서 제게 집중하는 삶을 살아보고자 합니다. 그렇게 살면서 느껴지는 것들을 솔직하게 공유할게요. 공감이 되시면 적극적으로 공감해 주시고,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주제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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