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당신도 잠 못 들고 있었군요

_잠 못드는 밤은 나만의 것이 아니예요

by 은종


잠을 자다가 아파서 깬 날들이 있었습니다.

어깨가 찢어질 것 같고, 얼굴이 아프고, 천장이 빙빙 돌아 어지러웠습니다.

기침 때문에, 열 때문에, 혼자 한밤에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던 시간.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아 누워 뒤척이고,

일어나 서성이다 보면

저 먼 곳에서 어둠을 뚫고 불빛이 새어 나옵니다.

어느 집 2층 창문입니다.


‘이 시간에 잠 못 드는 이가 나 말고 또 있네.’

‘저 사람은 왜 이 시간까지 잠을 못 자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제가 자고 있는 사이에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잠 못 들고 있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험실에서, 병원에서, 회사에서, 집에서, 배에서, 고시원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과

그를 간호하는 사람들,

절박한 마음으로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부도 위기를 맞은 사장님,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 한숨 쉬는 가장,

죽음을 다투는 수술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잠 못들고 이 밤을 지새우고 있을 것입니다.


그 생각을 하니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잠 못 드는 수많은 날들에 비하면

어쩌다 하루 이틀 잠을 설치는 저의 힘겨움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몸 곳곳에 호스를 달고 말도 못 하는 아이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또 어떠할까요.


아이들만이 아닙니다.

오늘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생사를 넘나들며 싸우고 있을 환자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죽음을 앞에 두고 서 있는 사람들….


저는 혼자 불안과 싸우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혼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외롭고 불안한데

몸까지 아프다면 얼마나 서럽고 두려울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상실의 아픔으로 밤을 지새우는 이들도 있습니다.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

후회와 아쉬움으로 잠 못 드는 사람들.

헤어진 이를 다시 만날 기약이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영원히 가족과 친구와 연인을 떠나보낸 슬픔 앞에서

잠을 청할 수 없는 이들.


그들을 생각하니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가 빨리 밝기를,

이 밤을 무사히 넘기기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꼭 합격하기를.


한편으로는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잠 못 들고

우리를 지켜주는 분들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가 편히 잠들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혼자만 절박하고 아프고 슬퍼 잠 못 드는 것 같으면

더 외롭고 힘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잠들어 있을 때에도

잠 못 이루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고 떠올리면

오히려 위로가 됩니다.


그리고 더 아픈 사람,

더 절박한 사람,

고마운 사람에게

응원과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보내게 됩니다.


“어서 나으세요.”

“합격하세요.”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마음을 보내면

우리의 아픔은 조금 가벼워지고,

다시 일어설 용기가 생깁니다.


잠 못 드는 밤은

저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밤을 지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도

잠 못 들고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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