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프롤로그_피어나라,꽃이여

_불행하지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은 당신께

by 은종


7살에 처음 명상을 경험한 후, 30년 이상 명상 수행자로 살아왔습니다.

명상을 한다고 해서 방석에만 앉아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영성가의 책을 읽었고,

현존하는 수행자들을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타고,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달려갔습니다.

이집트와 로마를 비롯해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고,

콘서트장에도 찾아가 삶의 울림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이 풀리지 않는 한

무엇을 이루어도 어딘가 2% 부족한 느낌이 남아 있었습니다.

영혼의 허기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산, 대구, 익산, 서울, 밴쿠버…

거처도 여러 번 옮겼습니다.


밴쿠버에서는 영어 사용자들을 위한 명상 선생으로 살았고,

닭을 키우는 농부이기도 했습니다.

20대 중반에는 호주 산속 깊은 곳에서 캠핑카 생활을 하며

나무를 심고 닭을 치는 우퍼로 지낸 적도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양한 경험이었지만

삶이 언제나 평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사랑 때문에 울기도 했고,

그리움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외로움의 밑바닥을 마주하며 혼자 서 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는 과로로 건강을 잃어

두개골을 절개하는 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몸이 무너지자, 삶도 멈춰 서는 듯했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한 번도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내려놓은 적이 없습니다.


끊임없이 묻고, 배우고, 의문하고, 실험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삶의 모습이 어떠하든

그 질문만은 늘 제 안에 살아 있었습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온 30년의 시간은

결국 저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삶은 단순해졌습니다.

복잡하던 생각이 정리되었고,

마음이 명료해졌습니다.


자유로워졌고,

편안해졌습니다.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의문이 풀린 자리에는

사랑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외롭고 흔들리고 아팠던 시간은

저를 넘어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저를 키우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랑,

학업과 취업, 결혼과 육아,

관계 속의 갈등과 상실 앞에서


괜찮다고,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고.


우리 모두는

흔들리며 피어나는 한 송이 꽃과 같습니다.


각자의 꿈을 간직한 채

비와 바람을 맞으며

아픔과 슬픔, 힘겨움을 자양분 삼아

조금씩 피어나고 있는 존재입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무게를 견디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다시 일어설 용기가 생깁니다.


우리 모두는

색깔만 다를 뿐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는 비슷합니다.


비교하고 경쟁할 이유가 없습니다.

시기와 질투도 무의미합니다.


각자의 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잘되는 것이

나의 가능성이 됩니다.

비슷한 길을 걷는 이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니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 시작한 글이었지만

결국 저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이 시대의 어려움 앞에서

부딪히고, 좌절하고, 아파했던 한 인간입니다.

혼자만 힘들다고 생각하면

외로움은 더 깊어집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을 뿐,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사연을 품고 살아갑니다.


행복한 날과 힘든 날의 총량은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정신만 차리면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우리를 성장시키는 힘이 됩니다.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은 일어나지 않고,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발견하고

딛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집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더 선명하게 피어납니다.


행복한가요?

왜 힘든가요?

왜 두렵고 외로운가요?


바깥으로만 향했던 시선을

이제 안으로 돌려보십시오.


나는 어떤 꽃인지,

어떤 일에, 어떤 사람에게 가슴이 뛰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피어나십시오.

꽃이여.


그대만의 향기와 빛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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