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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종 Mar 27. 2022

명상 중에 자꾸 지난 날의 잘못이 떠오를 때

명상에 익숙해지고 마음이 고요해지기 시작하면 자기 마음이 보입니다. 생각이 일어나서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보이죠. 생각이 들어올 때와 머무를 때, 나갈 때를 알아차리게 된다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생각들은 갑자기 일어나고 알아차리면 사라지곤 하는데, 어떤 생각은 떠나지 않고 오래 머무르는 경우를 발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지난 잘못에 대한 생각 같은 것이죠. 일단 그 생각이 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렇지 말았어야지. 다음엔 이렇게 이렇게 해야지.' 


또는 묻지도 않는데 스스로 변명을 하고 있거나 억지를 써서라도 명분을 찾으려고 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집요하죠. 아무리 생각을 멈추려 해도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집요해집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어나는 생각을 억누른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지난 잘못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거죠.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기 싫어합니다. 그렇다고 자신이 잘못한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닙니다. 인정하기는 싫은데 잘못을 한 것을 아니까 거기서 갈등이 발생하는 거죠. 


그 실수를 용납하기 싫어하는 그 마음이 걸림돌입니다. 용납을 싫어한다는 것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은 아만심 또는 욕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잘못을 해놓고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다 보니 자꾸 다른 핑곗거리를 찾거나 명분을 찾으려고 마음이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특히 타인에게는 더욱 들키기가 싫죠. 


그 마음이 욕심입니다. 그 마음 하나만 내려놓으면 문제는 간단해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실수에서 배울지언정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거죠. 그렇게 인정을 하고 해소를 해야 잡념이 잦아듭니다. 그렇지 않은 상태로 명상한다고 앉아있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거죠. 


명상 중에 일어나는 각종 생각과 잡념 중에는 우리가 가만히 앉아서 명상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인식의 전환이나 어떤 조처가 필요한 경우는 앉아있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자신에게 너무 관대해서 실수를 하고서도 무감각하게 넘어가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자신의 실수에 너무 예민해서 인정하기 싫어하거나 방어하려는 태도는 명상 중에 잡념을 일으킵니다.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계속해서 잡념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명상 중에 떠오르는 지난날의 잘못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인정'하는 겸허함'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잘못을 시인하면 불필요한 변명이나 명분 찾기를 위한 잡념은 멈출 수 있죠. 명상 중에 일어나는 생각들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막연한 생각들도 있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생각들을 알아차리고 적극적으로 인식의 전환이나 삶 속에서 문제 자체를 해결해버리면 잡념의 근원적인 뿌리를 끊어낼 수 있습니다. 


명상은 우리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때때로 명상 중에 일어나는 생각을 잘 알아차리는 것은 우리의 현주소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죠. 나아가 거울에 비친 모습 중에 시정이 필요한 경우에 적극적인 조처를 해주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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